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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탈 교수들 얼마나 될까…'사직효력' 옥신각신 왜?

수리 여부 떠나 개별적 결정…'효력발생 안돼' 정부에는 발끈
교수, 국가공무원법 적용…징계 등 면직 제한 확인 절차 있어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4-04-24 17:51 송고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4.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4.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 달 전 사직서를 제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부터 실제 병원을 떠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당수의 교수들이 떠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격무에 지친 상당수 교수의 휴진, 진료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교수단체들은 잇따라 총회를 열어 교수 사직 현황·절차, 사태 장기화에 따른 진료 재조정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상당수 교수단체는 교수들이 얼마나 떠날지 가늠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직은 오로지 개인 선택에 따를 일이며, 아픈 환자를 두고 갈 수 없다는 판단도 반영됐다고 털어놨다. 대학에 정식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사례는 없다는 정부 발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의대 교수 비대위의 경우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총 767명의 교수 중 56.4%에 해당하는 433명이 학장실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의대 교수 비대위도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교수 629명의 사직서를 취합해 학장에게 전달했다.

울산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23일) "사직서가 학교에 접수돼 사직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창민 비대위원장도 뉴스1에 "환자를 오는 25일 마지막으로 진료한다. 환자도 남아 달라는데 상황 해결이 안 되니 떠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들은 3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조건을 '자발적 제출'로 정했던 만큼 실제로 떠날 교수들이 얼마나 될지 추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우선 비대위 수뇌부 4명은 5월 1일부터 현장을 떠나기로 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의료붕괴 상황에서 병원에 앉아 환자를 보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기에 사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왼쪽)과 배우경 언론대응팀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수 증원과 관련한 논문 공모를 발표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왼쪽)과 배우경 언론대응팀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수 증원과 관련한 논문 공모를 발표하고 있다. 2024.4.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가톨릭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에 총 2번에 걸쳐 교수들 수백 명의 사직서를 받아 보관해 왔으나 오는 26일 학장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사례가 없다'는 정부 발표에 항의하는 의미다.

민법 제660조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이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이 조항을 근거로 교수들은 수리되지 않은 사직서에도 효력이 생긴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직 효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배경에는 교수 사직에 형식적 요건과 사전 점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우리는 제출했다"는 교수들 사이의 해석차 때문이다.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립대교수는 국가공무원이고 사립대교수도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

국가공무원법을 보면 의원면직(사직)은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상 임용권자(이사장)가 소속 교원이 의원면직을 신청한 경우 비위로 기소됐거나 수사 및 조사를 받고 있는지 감사원과 검찰·경찰 등에 확인해야만 한다고 정해져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직서 절차·형식·내용을 갖춰 정당하게 당국에 제출된 게 많지 않다. 이를 수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나는 사표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 하실 교수님이 많지 않으리라 본다"고 한 발언의 근저에는 이같은 이유가 자리한다.

의사 단체는 정부 주장에 논리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모양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협 브리핑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휴학계를 냈을 때도 낸 적 없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 비슷하게 미뤄 짐작하면 될 것"이라면서 "그들이 그만두지 않도록 정부가 달래주는 게 먼저"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교수님들은 그 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분야가 그 분 혼자든가 아니면 두 명이 하든가 이런 분들이 많다. 그 분이 한 명 빠짐으로써 그 병원의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을 한다"고 우려를 표하며 정부가 사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교수들은 정신적·신체적 한계로 진료, 수술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주 1회 휴진을 선언했다.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는 오는 30일 하루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한다.

울산의대 비대위도 다음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는 진료축소 방법 등에 대한 소속 교수 대상 설문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성균관대의대 비대위나 연세대의대 비대위도 휴진을 내부 검토 중이다.

사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교수들이 주1회 휴진을 하겠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교수들의 사퇴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대다수 교수가 지쳤다. 이대로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강성 교수도 있고 환자를 두고 갈 수 없다는 교수도 있다. 의견이 너무 다양한 가운데 의료계가 의대증원 '0명'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알아줬으면 좋겠다. 합리적으로 대화해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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