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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지그재그'가 거절한 中 알리 투자 제안…에이블리, 잡은 이유는[뉴스톡톡]

알리바바, 업계 1위 무신사에 먼저 투자 제안했으나 결렬돼
'자본잠식' 상태 에이블리와 협상…투자사 명단 공개 등 요구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2024-04-25 06:30 송고
알리바바 베이징 사무실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알리바바 베이징 사무실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 알리바바(Alibaba) 그룹이 최근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와 지분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알리바바는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에도 접촉했다가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유독 에이블리만 알리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최근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 1위인 무신사를 비롯해 지그재그, W컨셉 등에 시리즈 투자와 사업 협력 등을 모색하고자 접근했으나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습니다.

에이블리의 경우 현재 알리 측과 진행하고 있는 투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최근 4년간 누적된 2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로 재무 구조가 악화돼 자본잠식에 빠진 에이블리로서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알리바바그룹은 2020년 이후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 직진출을 검토하며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다수 검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리는 국내 이름난 유명 플랫폼에 투자를 제안했고 패션 버티컬 플랫폼 분야에서는 무신사에 가장 먼저 접촉했습니다. 무신사는 알리 측과 비즈니스 관례상 상견례 수준의 미팅만 진행했으며 이후 투자 제안은 정중히 반려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알리 중국 본사 및 한국 지사 고위급과 무신사 경영진 사이의 미팅이 한 차례 이뤄졌으나 그 이후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리 입장에서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패션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업계 1위 플랫폼인 무신사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당시 무신사는 외부 투자가 급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투자자와 긍정적인 방향으로 투자 유치 건이 협의되고 있어 알리 측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무신사뿐만이 아닙니다. 지그재그, W컨셉 역시 알리바바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알리바바는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했고 이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했던 에이블리와 뜻이 일치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 에이블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을 상대로 투자를 제안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에이블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으로 19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 33억 원을 내며 사상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로 인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에이블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총계가 1672억 원으로 자산총계 1129억 원보다 많은 543억 원 수준의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결국 에이블리는 자본잠식을 탈피하고 생존이 절실한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중국 거대자본과 손잡는 게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에이블리가 투자받으면 알리 측에서 민감한 영업지표 등 상당한 수준의 영업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투자사가 희망할 경우 거래액을 비롯해 주요 입점 브랜드 정보, 고객 주문 정보 등을 포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제공하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다수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추후 알리가 에이블리를 통해 한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패션 스타일 등의 민감한 정보를 살펴보거나 유의미한 영업 데이터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에이블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비밀유지 조건을 내거는 다른 케이스와 달리 해외 투자사 명단까지 오픈하며 협의 중임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행위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에서 밝힌 해외 연기금이나 투자사는 모두 실제 투자를 검토한 적이 없고 단순 미팅만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유치가 급한 에이블리도 차이나 머니를 끌어 쓴다는 데에 대한 여론 악화에 부담을 충분히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알리가 국내 e커머스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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