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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죽이러 갈까?" 양육비가 부른 비극…전 남편 집 불지른 모자

[사건의 재구성] 가정폭력에 채무까지 '극심한 생활고'
母 1·2심 '징역 4년'…아들은 1심 '2년6개월·집유3년'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2024-04-19 06:26 송고 | 2024-04-19 09:20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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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죽이러 불 지르러 갈까."

A 씨(51·여)와 B 씨(50대)는 지난 2020년 4월, 23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 부부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아내 A 씨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실제 A 씨는 남편 B 씨의 가정폭력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들 C 씨(26)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적장애가 있는 C 씨와 딸 등 두 자녀에 대한 양육권은 A 씨가 맡았다. B 씨는 미성년 딸에 대한 양육비로 월 3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합의이혼으로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끝냈지만 당장 찾아온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A 씨는 정부로부터 매월 기초수급비와 장애 수당, 한 부모 수당 등 약 170만 원 상당을 받았다. 하지만 세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A 씨는 허리 장애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부업을 했지만 항상 생활비가 부족해 주변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게다가 A 씨는 남편 B 씨가 자신의 명의로 받은 대출금까지 갚아야만 했다. 실제 A 씨는 채무 독촉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극심한 생활고에 양육비라도 받기 위해 B 씨를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만 했다. A 씨는 B 씨로부터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전 남편에 대한 원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갔다. A 씨는 아들 C 씨에게 수차례 "아빠 죽이러 불 지르러 갈까", "(너의)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건 어릴 때 아버지가 때려서야"라고 주입하기도 했다. 

전 남편에 대한 분노에 A 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지난 2020년 8월 3일, A 씨는 아들과 함께 전 남편이 사는 전북 김제시로 향했다. 그리고 B 씨의 집에 불을 질렀다.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이들은 보일러실 앞에 석유를 뿌린 종이상자에 불을 붙이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범행 2시간 전에 B 씨의 집을 미리 찾아가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도 B 씨가 집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 이뤄졌다.

치솟는 불길에 잠에서 깬 B 씨는 집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리에 큰 화상을 입었다. 집과 차가 불에 타면서 21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입었다.

A 씨와 C 씨는 존속살해미수 및 현존건조물방화치상 등 혐의로 법정에 섰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 대한 원망으로 상당히 계획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피고인들에게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살인미수 범행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주범인 A 씨에게는 징역 4년을, C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A 씨는 "형이 너무 중하다"며 항소했다. C 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는 어느 정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살인을 위해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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