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지시봉' 들고 직접 설명한 尹…아픈 질문 다 받은 '50분 스탠딩' 회견

10분 발표 후 40분간 마이크 잡고 질의응답…'조감도' 보며 직접 설명도
무속 논란·공약 부실 '송곳 질문' 피하지 않아…"언제든 기자 만나겠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2-03-20 15:39 송고 | 2022-03-20 18:36 최종수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조감도를 좀 가져다주세요. 단상은 뜯어서 치울 수 없을까? 잘 보이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윤 당선인은 지시봉을 들고 새 대통령 집무실 조감도가 그려진 패널을 가리키며 손수 '용산 대통령 시대' 청사진을 풀어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 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약 50분에 걸쳐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10분간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프레젠테이션 등에 쓰는 '지시봉'을 꺼내들더니 "조감도를 좀 가져다주세요"라고 했다. 강단 중앙에 세워진 단상 때문에 패널 일부가 가려지자 "단상을 좀 뜯어서 치워줄 수 없나, 잘 보이도록"이라고 거듭 요청했다. 

윤 당선인은 패널을 일일이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여기가 국방부 청사고, 여기는 합동참모본부다. 여기(본관)은 20년 전에 지어진 것이고, 여기(합참)는 10년 정도로 비교적 새 건물이다"라고 말했다. 용산 청사 이전을 오랫동안 고민한 듯 국방부 청사 지리와 면적, 역사를 술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공간을 시민에 공개하겠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에 기대감이 어리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 주변 미군 기지 일부를 6월쯤 반환받게 되는데, 즉시 시민공원으로 개방하고 미국 백악관처럼 낮은 펜스를 설치해서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며 "공원을 조성하면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3.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3.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윤 당선인은 강단 위에 선 채로 40분간 취재진과 18개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다가 철회한 것인데 왜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인지', '여권에서는 무속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고집하는 것은 제왕적인 면모가 아닌가' 등 따가운 질문에도 일일이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송곳 질문에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 딱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에게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이유가 '무속'과 관련돼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선 과정에서도 나왔었지만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요"라고 말해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 

대통령 당선인이 양손에 마이크와 지시봉을 들고 선 채로 언론과 대화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8월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각본·질문지·편집이 없는 '3무'(無)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기자가 서서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은 상석에 앉아 답변하는 형식은 벗지 못했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국민과 소통하고 언론의 질책을 늘 경청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역대 정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 회견'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면 오늘처럼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고 격의 없이 만나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프레스룸을 돌며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면 공청회를 열거나 직접 만나서 소통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얼마든지"라며 "꼭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궁금해하면 언제든지 기자들과 만나겠다. 대통령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하고 제가 직접 1층으로 가서 최대한 소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dongchoi89@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