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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단체 진보-보수 이념싸움? '그래도 우리는 순수하다!'

(서울=뉴스1) 이후민 인턴기자 | 2011-11-26 02:19 송고 | 2012-01-26 21:26 최종수정

 
 
최근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결성된 보수와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사회현상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단체는 뚜렷한 이념적 색깔을 지향하면서도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들까지 보수와 진보로 나눠져 대립양상을 보이면서 이념 싸움에 물든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이들 청소년 단체는 기성 세대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 전교조, "청소년 단체를 이용하지 말라"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보수 성향의 청소년 단체인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한청연) 활동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교조는 지난 16일 '청소년단체를 이용한 전교조 죽이기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청연의 활동은) 순수한 의도라 볼 수 없고 다분히 정치적 의도와 계획된 음모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ㆍ고교생들로 구성된 한청연이 한국자유총연맹의 지원금을 받아 행사를 치르는 등 대표적 보수단체의 도움을 받으며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성명서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이렇게 집요하고 철저하게 청소년들의 영혼을 파괴해왔다는 사실이 무섭고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여기에 진보 성향 매체인 오마이뉴스까지 나서 '행사비는 자유총연맹이, 밥값은 우익단체가... 교사 사냥 19살 청소년대표의 수상한 행보'라는 지난 15일자 기사에서 한청연의 행사비와 식사비 자금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청연은 지난 8월 한국자유총연맹 주관, 행정안전부 후원 등 행사인 제2회 전국청소년모의국회를 주최하면서 보수단체들로부터 지원금과 후원금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 2011년 전국총회 모습. © News1
 
◇ 한청연 "그릇된 정치적 편향 수업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
 
전교조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청연은 16일 '전교조의 학생들 죽이기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전교조의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반박하고 나섰다. 
 
이념문제로 쟁점화하면서 학생과 교사, 사제(師弟) 간에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청연은 성명서 발표에 앞서 자금 출처 의혹에 대해 "운영금은 모두 후원으로 조달되고 있고 곽도훈 한청연 대표의 사비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을 통해 "우리가 한 행동은 '교사 사냥'을 위함이 아니었고 그릇된 정치적 편향 수업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며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밥 한끼 얻어 먹어보지 못한 국가정보원, 운영비 한푼 지원받은 적 없는 한국자유총연맹, 만나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행정안전부 등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청연은 전교조의 진보 성향 학생단체 후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청연은 "전교조도 특정 학생단체 지원에 그다지 떳떳하지 못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전교조가 학생단체를 이용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원 받은 학생 단체들이 굉장히 순수한 열정과 패기로 운영되는 단체임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 아수나로 "청소년 단체의 주체성 무시 말라"
 
이같은 보수 성향 학생단체와 진보 성향 교사 단체ㆍ매체 간의 이념대결에 대해 또다른 진보 성향의 청소년 인권단체인 '아수나로'도 17일 '청소년 단체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논란에 가세했다. 
 
아수나로는 이 성명을 통해 한청연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전교조의 성명과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아수나로는 성명에서 "교사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인권기준이고 민주주의의 당연한 가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한청연도 수업 중 교사들의 의견 표현을 사냥하듯이 고발하는 행동을 그만둘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 성명과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서도 "청소년 단체가 무슨 활동만 하면 '배후에 뭐가 있다'거나 '청소년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거의 공식이 된 것 같다"며 "'카더라'식 내용만으로 '이용'이니 '꼭두각시'니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꼰대질에는 좌우가 없고 상하만 있다"며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교조가 아이들을 조종해서 나오게 했다는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발언이나 보수ㆍ수구 언론들의 무책임한 발언 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아수나로는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청소년들의 활동은 누군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이용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편승하는 것은 주체적으로 사회ㆍ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모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만든다"며 전교조의 반성을 요구했다.
 

11월 12일 열린 아수나로의 '교육과 사회를 바꾸는 거리행동' 모습.© News1  

◇ 아수나로와 한청연, 그들은 누구?
 
아수나로와 한청연은 중ㆍ고교생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진보와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청소년 단체로 꼽히고 있다.
 
아수나로는 2004년에 설립된 청소년 인권단체이다. 아수나로의 온라인 카페(cafe.naver.com/asunaro)에는 21일 기준으로 9275명이 가입해 있고 현재 오프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0여명 정도다.
 
아수나로 온라인 카페의 소개글에는 "모든 청소년이 인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직접 행동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꿔나가는 단체"라고 명시돼 있다.
 
회원 구성은 중ㆍ고등학생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성인이 된 2~3명 활동가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청소년으로 알려졌다. 
 
아수나로의 단체 운영은 개인후원과 CMS 정기후원, 인세, 인권교육이나 강연수입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수나로라는 이름은 일본 소설가인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에 나오는 단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측백나무과의 상록교목'이다. 다른 뜻으로 불멸, 불사 등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수나로는 청소년의 인권을 억압하는 사회 체제나 구조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다.
 
어른들이 대신 청소년 인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닌 청소년 인권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만 하는 권리들은 청소년의 손으로 직접 얻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다.
 
아수나로는 2004년 말 각기 다른 단체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이 청소년인권운동의 이론적인 부분과 노하우 등을 지원하기 위해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를 만든 것이 그 시초다.
 
2006년 2월부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로 명칭과 활동 방향을 변경했다.
 
2009년 4월에는 아수나로의 활동가들과 개인 활동가들이 2년여에 걸친 작업을 통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라는 책도 출판했다.
 
또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과정에 참여하고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청소년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한청연)은 2010년 3월에 청소년들이 모여 설립했다. 온라인(kaya.or.kr)회원은 2850명으로 한청연측은 오프라인 회원을 400~5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청소년미래리더연합의 회원은 모두 중ㆍ고교생이고 이 중 중학생이 15% 정도에 이른다.
 
곽도훈 대표(18)는 연합을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본인이 캐나다 유학시절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를 바라보면서 비이성적이며 광분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 연합을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청연의 가치와 지향점에 대해 "분노의 급진적 변화를 통해 사회가 고통 받는 것보다는 합리와 이성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며 점진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청소년들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가 됐던 운영비 문제에 대해서는 "주로 성명서나 행사 등을 보고 홈페이지에 명시한 계좌로 후원이 들어온다. 운영비는 100% 개인후원을 받는다. 액수는 5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자유총연맹 후원은 공동 주관한 행사에서 적자에 대해 보전차 후원해 준 것"이라며 "보수단체 행사 참석 당시 식사비를 후원받았다는 내용은 행사에 참가한 인원에 맞춰 지급 받은 것이며 보통의 관례"라고 말했다.
 
한청연은 주로 세미나와 강연, 아카데미, 캠프사업, 모의국회, 모의유엔사업, 토론회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육문제에 관한 성명·논평을 내거나 집회 시위에 참가하기도 한다.
 



hm334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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