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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One]"아시아 코로나!"…네덜란드 '동양인 혐오·차별' 논란

중국계 여성 집단구타 사건 등 분위기 '흉흉'
교민들은 "한국 가면 재입국 못할 수도" 우려

(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2020-02-24 11:50 송고 | 2020-02-24 14:25 최종수정
편집자주 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네덜란드의 한 공항에서 여행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네덜란드의 한 공항에서 여행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아시아 코로나!"

최근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던 네덜란드 거주 한인 교포 A씨(39)는 10세 남짓한 현지 어린이들이 자신과 아이를 향해 소리지르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A씨는 어린이집 교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아시아 코로나"를 외쳤던 아이 부모들로부터도 사과를 받았지만 "모든 동양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니고, 특히 우리 아이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작년 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원한 이후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유럽의 경우 2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이탈리아·프랑스·독일·영국·스웨덴·러시아·스페인·핀란드·벨기에 등 모두 9개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선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망자까지 나온 상태다.

네덜란드에선 아직 확진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현지 사회 도처에선 이에 편승한 '동양인 혐오' 등 인종차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네덜란드 국영항공사 KLM이 지난 10일 암스테르담발 인천행 항공기 화장실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이란 문구를 써 붙여 논란이 됐던 사실이 대표적이다.

KLM 측은 한국인 고객들과 한국 국토교통부의 항의·경고에 이번 화장실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관련 승무원 징계 등의 후속조치는 감감 무소속이다.
네덜란드 한 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이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네덜란드 한 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이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네덜란드 내 아시아계 식당은 손님들 발길이 끊겼고, 일부 지역에선 아시아계를 겨냥한 욕설·폭행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엔 중국 대학생 기숙사에 오물을 투척한 뒤 도망가고, 길거리에 홀로 있던 중국계 여성을 집단 구타하는 사건 등의 사건도 있었다.

또 네덜란드 라디오10에선 이달 초 한 진행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중국인을 연상시키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가 현지 거주 중국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진행자는 이후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 사건은 한동안 현지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현지 한국 교민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에도 거의 매일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신고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녀 봄방학을 맞아 한국을 다녀오려 했던 교민들 사이에선 최근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지금 갔다간 네덜란드 입국 금지를 당할 지도 모른다"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동안 '다(多)민족 국가'를 표방하며 인종차별 문제를 엄격히 다뤄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가 커지면서 인종차별적 양상까지 표출됨에 따라 각 지방 교육청에선 외국인 거주 인구가 많은 대도시 학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선별하는 방법을 가르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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