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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대 손실 'KF-16 개량사업'…정부, 미국 군수업체에 패소

정부 "합의각서 위반" 위약금 510억여원 군수업체에 청구
법원 "두 정부간 협의 통해 분쟁 해결한다고 명시" 소 각하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20-02-21 16:12 송고 | 2020-02-21 16:30 최종수정
KF-16 전투기(공군본부 제공) 2019.5.31/뉴스1
KF-16 전투기(공군본부 제공) 2019.5.31/뉴스1

우리 정부가 전투기 KF-16 개량사업 좌초와 관련해 미국 군수업체에 500억원대의 위약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문혜정)는 지난 1월31일 대한민국 정부가 BAE시스템즈를 상대로 낸 4325만 달러(510억여원) 위약벌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본안을 판단한 후 내리는 기각결정과는 다르다.

정부는 2011년 8월부터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을 통해 KF-16 전투기 134대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로부터 무기를 공급받은 뒤 이를 우리 정부에 제공하는 FMS(Foreign Millitary Sales) 방식으로 KF-16 전투기의 체계통합 부분과 에이사(AESA·능동형 전사주사) 레이더를 구매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그해 11월 체계통합 부분에 대해서는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BAE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BAE는 입찰보증금 4325만 달러를 내는 대신, 방위사업청에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작성해줬다.

이듬해 8월 방위사업청과 BAE는 합의각서를 작성했다. 각서에는 '방위사업청이 제안서를 발송한 뒤 미 정부로부터 수락서가 도착하는 데 6개월이 초과된 경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봐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명시된 금액을 국고에 귀속하고 BAE를 부정당업체로 처분한다'는 위약벌 규정이 있었다.

방위사업청은 총사업비를 17억500만 달러로 제안했으나, 미 정부는 사업비 증가요인이 많다며 합의를 미뤘다. 방위사업청은 재차 요청을 했으나 미 정부는 총사업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1차 수락서를 방위사업청에 보냈고, 방위사업청은 이에 서명했다.

2014년 9월 미 정부가 2차 계약의 총사업비 협상과정에서 BAE의 사업경험 미숙을 이유로 사업비를 24억달러(업체 16억달러, 미국 정부 8억달러)로 높게 제시하자 2015년 12월 뒤늦게 업체를 록히드마틴으로 변경(총사업비 19억달러)했다.

이로 인해 KF-16 성능개량사업 착수가 당초 예정이던 2011년 12월에서 2015년 12월로 4년 지연돼 전력화 일정에 차질을 가져왔다. 또 BAE가 이미 집행한 사업비 최소 8900만달러(약 104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감사원은 2016년 6월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BAE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AE가 미 정부로부터 상한가 계약금액 제출을 요청받고도 기존 합의한 사업비보다 2억7120만 달러 높은 상한가 계약금액을 제출해 합의각서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BAE는 "두 정부가 체결한 1차 수락서에는 사업 관련 모든 분쟁을 당사자들 사이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해결을 위해 국제판정부 또는 제3자에게 회부하지 않기로 동의했다"며 "한국의 법원도 제3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BAE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업 총사업비 관련해 발생하는 분쟁 역시 1차 수락서에서 정한 유일한 분쟁해결절차인 우리 정부와 미 정부 사이의 협의를 통해서만 해결돼야 한다"며 "이외에 1차 수락서 이전에 체결된 합의각서에 근거해 입찰보증금 지급을 구하는 등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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