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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핵심 지지층' 신경쓰다 중도 놓칠라…고민 깊어진 민주

'임미리 고발 사태' 이어 금태섭 '자객공천' 논란…당 외연 확장에 악영향 우려
금 "조국 수호 선거 되면 '우리는 틀리지 않아' 오만한 자세"…'임미리 사과' 남인순 최고위원, 항의전화 받기도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김민성 기자, 정연주 기자 | 2020-02-18 14:52 송고 | 2020-02-18 17:35 최종수정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0.2.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0.2.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수호를 위해 서초동에 결집했던 핵심 친문(親文) 지지층이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로 활동반경을 급속히 넓히고 있다.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이끌고 집권 후반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달도 채 남지 않은 4·15 총선에서 완전한 승리를 위해 중도층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선 운신의 폭을 좁히는 한계로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핵심 지지층이 보내는 메시지를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외연 확장을 포기하고 그들만 바라보고 갈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한 탓이다.

민주당이 친문 핵심 지지층의 눈치만 보느라, 번번이 국민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언론 칼럼을 고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끝내 이해찬 당 대표의 '사과' 없이 사태를 마무리한 것에서 민주당이 처한 이러한 현실이 잘 드러난다. 
여기에 조국 사태 당시 소신발언을 했다가 친문 지지층에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금태섭 의원에 대한 '자객 공천'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 '소신파'인 금 의원의 지역구(서울 강서갑)에는 정봉주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가 당의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물러났다. 그러나 당에서 단수신청 지역도 아닌 강서갑에 추가 공모를 받으면서 경쟁자가 나타났다.

특히 친문 지지층을 앞세운 정 전 의원이 물러나자마자 김어준씨가 추진하는 '조국 백서' 필진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호에 앞장서 온 김남국 변호사가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당내 경선에서 이른바 '제2의 조국 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금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는 없다. 우리 당을 위해 제가 막아내야 한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금 의원은 "조국 임명은 이미 지나간 일인데 조국 수호 이슈가 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은 자칫하면 유권자에게 '저희가 하는 일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오만한 자세로 비칠 수 있다"며 "저희의 잘못을 인정하고 겸허한 자세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고발 사태가 불러온 '오만한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상기시키는 발언이다. 

당내에선 금 의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대부분 그의 소신발언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당론과 다른 의견을 전혀 포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금 의원이 있어 그나마 중도층을 지킬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금 의원이 지도부가 듣기 싫은 말들을 한 것도 사실이고, 본인이 소신을 지킨다면서 다른 의원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자객 공천'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의 공천 문제가 불거져 조국 사태가 다시 소환되는 것은 총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금 의원이 극성 민주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조국 사태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줬기에 민주당이 중도층까지 안심시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은 "총선을 치르려면 이른바 '문빠'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하고 또 중도층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톤으로 당이 일관되게 가야 한다"며 "정봉주 전 의원이 금 의원 지역구를 자객 공천하듯이 가겠다고 하는 것을 빨리 커트하지 않은 것이나,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에 대해 뒤늦게 대응하며 사과하지 않은 것은 지역구를 뛰는 후보들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경선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자객 공천' 논란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객 공천' 논란에 대해 "누가 누구를 미워서, 우리 당이 그런 쪼잔한 당은 아니다"라고 일축했고, 김 변호사가 사전에 당과 교감 후 출마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설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은 누구든지 경선을 할 수밖에 없게 장치를 해놨다"며 "금 의원은 김 변호사의 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서 도전을 이겨내면 된다"라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공천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 의원은 '조국백서'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갑에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공천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 의원은 '조국백서' 필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갑에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선거로 치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20.2.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핵심 지지층만 지키면 총선 승리가 가능할까.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칼럼 고발의 경우만 봐도 '오만한 민주당' 여론이 치명적일 수 있고 이슬에 바지 젖듯이 스며들텐데, 중도층을 잡으려면 결국 어느 당이 실수를 안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지금 보면 민주당이 자만한 데다 검찰 수사문제와 조국 사태 등의 누적으로 민심이 이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금 의원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김 변호사를 언급하며 "어이가 없다. 민주당이 미쳤나보다"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선거를 아예 조국 선거로 만들 작정"이라며 "(정치신인) 가산점에 문빠들까지 가세하면 (경선이) 아주 볼 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서도 점점 이런 걱정을 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선거전략을 주도하는 당 지도부에서 최근의 기류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전날(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일하게 임미리 교수를 언급하며 "마음이 아프다. 민주당이 더 잘하겠다"고 한 남인순 최고위원 사무실에는 "임미리 교수에게 왜 사과를 했느냐"는 항의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항의를 받은 남 최고위원 측은 "선거가 코앞인데 국민들도 중요하고, 또 중도층이 중요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지도부 대신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임미리 교수 사태를 대신 수습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측근들에게 "더 빨리 확실하게 사과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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