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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4관왕' 기생충 숨은주역 '이미경' 누구?

삼성계열 분리 CJ 입사 후 문화 관련 담당 '한길'
'신뢰 중시' '열린 사고' 바탕…CJ 고도성장 이끌어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2020-02-10 16:59 송고 | 2020-02-11 10:39 최종수정
CJ 이미경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CJ 이미경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9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10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상 수상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발표된 직후 봉 감독에 이어 무대에 서 마지막 수상소감을 밝힌 한 여인에게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 주인공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봉 감독과 출연 배우·스태프들만큼이나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온 이 부회장의 남다른 감회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녀이자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것. 또 이재현 현 CJ회장의 누나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삼성이 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이끌고 있다면, CJ는 문화 산업의 '대부'격이다.

이 중심에는 이 부회장이 있었다. CJ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제일제당은 지난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기존 사업과 전혀 접점이 없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을 주력 사업 분야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후로 문화 산업 부분을 이끌어 왔다. 그는 2011년 CJ그룹의 부회장이 되기 전까지 그가 맡았던 직책은 제일제당과 CJ엔터테인먼트의 사업부 이사·상무, CJ미디어 부회장,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 등으로 철저히 '한 길'을 팠다.
그중에서도 CJ를 상징하는 분야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예능·드라마를 주축으로 한 케이블TV, 또 하나는 영화 투자 산업이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이끌던 시기 두 분야 모두 광폭 성장을 거듭했다. 케이블TV 채널 분야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현재 CJ 계열에는 드라마·예능 전문 채널인 TVN, 음악 전문 MNET, 영화 전문 채널(ch)CGV 등 10여개의 케이블 채널이 있다.

이 부회장의 '영화 사랑'도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한류의 세계화'를 표방한 한국 영화의 국제화 추진 사업이 오늘날 한국영화의 세계적 발돋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CJ가 문화 분야에서 고도성장하고 더 나아가 한국 문화 산업의 세계화에 공헌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부회장의 추진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지원, 앞서 나가고 열려있는 사고 등이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 예가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이창동 감독 등이 세계적 반열에 올라서기 전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CJ가 투자·배급한 영화 중 국내 '흥행 대박'은 물론 국제적 권위를 가진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휩쓴 수상작이나 후보작들의 목록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CJ는 기생충에 앞서 봉 감독의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2003),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의 투자배급도 맡은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와 '아가씨'(2016),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버닝'(2018) 또한 CJ가 지원했다.

가족과 측근,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는 평이 많다. 이를 보여주듯 그는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동생인 '제이(이재현 CJ그룹 회장)'를 호명하며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특유의 과감하고 열린 사고 또한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 문화와 맞지 않다는 시선이 많았던 TVN의 'SNL(Saturday Night Live)코리아' 방송 등과 다수의 실험적인 영화 작품들에 대한 투자·배급 등은 이 부회장의 이러한 성향 덕분에 이뤄질 수 있었다는 평이 많다.

CJ 이미경 부회장(왼쪽)과 그의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CJ 이미경 부회장(왼쪽)과 그의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그러나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신뢰를 중시하는 성향과 '열린 마인드'가 CJ와 이 부회장에게 닥친 일생일대 시련의 간접 원인을 제공했다는 관측도 나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SNL코리아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 정치인에 대한 풍자 방송을 내보내고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 영화에 CJ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에 대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못마땅하게 여겨 이 부회장 사퇴 요구 등 'CJ흔들기'에 나섰다는 흉흉한 소문이 정·재계에 파다하게 떠돌았다.

지난 2013년에는 '오비이락' 격으로 이재현 회장이 '자금횡령' 등으로 구속,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6년 8월 특별사면되지만 유전질환인 '사크로-마리-투스 병' 등 각종 질환을 겪고 있다.

이 부회장 또한 유사한 질환을 겪는 등 건강악화를 이유로 2016년 이후 하와이에 체류했다. 일각에선 당시의 해외 체류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 아니었나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이 부회장이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기생충'과 함께 공개석상에 재등장했다.이 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연설이나 입장을 표명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회장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후 무대에서 "'기생충'을 지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특히나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영화를 보러가 주시는 분들"이라며 "저희의 모든 영화를 지원해 주었고 주저하지 않고 의견을 바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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