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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밀집' 콘서트 가겠단 고딩 딸…"어찌하오리까"

"사춘기 아이 뜯어말릴 수 없어…걱정에 맘만 졸여"
소속사 "방역대책 철저"라지만 부모들 "취소해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0-02-09 07:30 송고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한 아이돌 가수의 팬미팅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0.2.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한 아이돌 가수의 팬미팅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0.2.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이민정(가명·여)씨는 고등학교 2학년 늦둥이 딸과 전쟁을 벌였다. 딸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아이돌 콘서트에 보내 달라며 '단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딸은 학원 등원을 거부하는 초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민정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1만2000명이나 모인다는 콘서트장에 굳이 찾아가겠다는 딸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딸은 무조건 콘서트에 가겠다며 엄마와의 대화도 중단했다. 
딸은 혹시나 엄마가 콘서트를 못 가게 할까 봐 가수의 이름이나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다. 기획사의 연락처를 알아낸 민정씨는 콘서트 취소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민정씨의 걱정에도 딸은 결국 이날 오후 학원을 마치고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민정씨는 "어른들이라면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할텐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며 "소속사 쪽에서 알아서 취소했어야 했는데 강행해서 너무 답답하고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아이돌 소속사 측은 방역 대책을 철저히 하고 있는 만큼 콘서트를 계획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이 소속사는 공연 전 행사장에 내부 방역을 실시했으며 전 출입구에 체온 측정 카메라도 설치했다. 또 공연 운영진들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며 구급차와 의료팀도 대기시켰다. 
공연에 앞서 이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이미 공지사항을 통해서 방역 대책을 알리고 관객들에게 마스크 등 개인위생 관리에 주의하라고 전달했다"라며 "콘서트장 입구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분들을 돌려보낼 것이고 걱정이 돼서 취소하시는 분들에게는 환불도 해드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속사는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공연을 한다고 했지만 민정씨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잠복기'가 있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팬들이 모여 들었기 때문이다. 민정씨는 콘서트에 다녀온 딸이 어떤 증상을 보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민정씨는 "콘서트가 자주 열리지 않아 아이들은 무작정 가려고 할 텐데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들인 소속사 쪽에서 먼저 공연을 연기·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문제"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도 이번 주말에는 여러 건의 콘서트가 진행됐다. 공연장에서는 방역 대책을 갖추고 공연을 진행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연을 다녀온 팬들의 부모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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