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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기성용, 이러다 중국가면 어쩔 건데요?"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2-07 10:59 송고
기성용이 K리그 유턴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얽힌 매듭이 많은 모양새다. © 뉴스1
기성용이 K리그 유턴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얽힌 매듭이 많은 모양새다. © 뉴스1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도 선수 시절 마지막에, 한국에 와서 고국에 있는 팬들 앞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은퇴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고 싶었는데 그걸 못했다. (기)성용이가 그렇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6일 열린 32번째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서 만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견해다. 차 감독은 "성용이가 돌아온다면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고, 무엇보다 K리그의 붐을 일으키는 것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성용이 화제다. 지난 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한 기성용은 다음 둥지를 찾고 있는데 K리그 유턴을 진지하게 타진하고 있다. 가능성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2개의 구단이 직접적으로 기성용과의 논의를 숨김없이 공개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전북현대는 "기성용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기성용이 오면 당연히 좋다"라고 말했고 기성용의 친정인 FC서울은 "전북과 한두 차례 접촉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전부터 기성용과 꾸준하게 논의하고 있다.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거두절미, 2009년 FC서울을 떠나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떠난 기성용이 10여년 만에 K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대우'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제 서른(31)이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노장도 아니다. 중동이나 중국 쪽에서는 지금도 계속 기성용에게 오퍼를 넣고 있다"고 말한 뒤 "10여년 이상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한 그가 금액적으로 더 후한 대접을 약속한 중국이나 중동을 마다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합당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냉정하게 접근했을 때, 키는 FC서울이 쥐고 있다. 2009년 기성용이 FC서울을 떠나 셀틱으로 향할 때 '국내 컴백 시 조건'이 서류에 삽입돼 있다.

FC서울 관계자는 "일부분 조건이 있다. 분명 우리와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고 말한 뒤 "그것은 기성용 측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간단히 정리한다. 서울 외 K리그 클럽으로 간다면 '위약금'을 내야한다. 구체적 금액이 공개된 것은 없으나 가볍지 않은 무게라는 게 중론이다.

그 조건 때문에 기성용 측이 '먼저' 접근했다는 전북과의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다. 최고 대우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고 그에 플러스 알파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전북은, 모르고 있었던 위약금에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전북 고위 관계자는 "그 위약금까지 플러스 시키는 조건이라면, 우리로서도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축구 관계자는 "그림 상으로 가장 좋아보이는 것은 서울로 돌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기성용 역시 서울 복귀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고 말한 뒤 "구체적 논의는 모르겠으나 서울 쪽에서의 제시한 조건이 기성용 쪽 성에 차지 않으니 전북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하지만 전북 입장에서도 최고 대회 플러스 위약금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시즌 K리그 연봉킹은 전북의 로페즈(현 상하이 상강, 16억 5210만원)였다. 축구계 이야기를 모으면 전북은 20억원 이상을 준비했다. 한 관계자는 "30억원 쪽으로 가깝게 간다면, 아무리 전북이라도 무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30억원이라면 수준 높고 더 젊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라 덧붙였다.

기성용은 과거에도 K리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 뉴스1
기성용은 과거에도 K리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 뉴스1

키는 FC서울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이 타당한 조건을 제시하거나 한국을 떠나기 전에 조건을 어떤 형태로든 완화한다면 풀릴 수 있는 일이다.

기성용은 U턴이 1순위다. 부친인 기영옥 전 광주FC 단장은 "거취는 전적으로 아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아직 은퇴할 때는 아니고, 현역 마무리를 국내에서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는 하나 의중을 전혀 모를 수는 없는 일이다.

의지만 있다면 풀릴 수 있는 일이다. 전설 차범근 감독의 말처럼 기성용의 컴백은 지난해부터 불어오는 'K리그 훈풍'에 탄력을 더할 수 있는 일이다. 기성용 한 명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키겠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가뜩이나 '스타의 부재'로 목마른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만한 물꼬도 없다.

지난 2018년 파주NFC에서 기성용과 나눈 대화의 일부다. 기성용은 "대부분 말만 앞선다. 선배들도 그렇다. 누구나 '한국 축구는 뭐가 문제다' 쉽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대표팀을 위해, K리그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발 떨어져 있기에)나도 조심스러운 것"이라며 무거운 화두를 꺼냈다.

이어 "난 K리그에서 뛰어봤기에 상황과 환경을 안다. 그래서 늘 고민한다. K리그와 한국축구에 대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정말 고민한다"고 말한 뒤 "나중에 K리그에서 다시 뛰는 것도 좋겠다 생각을 하다가, 내가 간다고 해서 뭐 달라질까 푸념도 든다. 고민이 많다"면서 복잡한 생각을 전했다. 이만한 홍보대사도 없다. 

기성용과 아주 가까운 한 축구인은 "이런 상황이라면 다 틀어질 수도 있다. 전북이든 서울이든 생각 안하고 다른 리그를 고려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른 축구 관계자는 "K리그 복귀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것이지 기성용이 무조건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벽을 친 것은 아니다"라면서 "유럽에서의 재도전이 어려운 것이지 (중동이나 중국 등)오라는 곳은 많다. 기성용이 중국으로 간다면 어쩔 것인가"라고 느낌표에 가까운 물음표를 던졌다.

놓치면 아쉬운 카드다. 기성용 한명에 그칠 일도 아니다. 다른 해외파가 현역 막바지 고국의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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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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