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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Q&A]신들도 모르는 제주판 민족대이동 '신구간'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2020-01-24 06:05 송고
편집자주 세계의 보물섬,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당신은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제주는 전국민의 이상향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다가온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타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풍습과 문화, 제도, 자연환경 등을 지녔다. 뉴스1제주본부는 제주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라면 제보도 받는다.
제주에는 '신구간'에 맞춰 이사하는 세시풍속이 있다. 신구간은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에 맞춰 각종 할인행사도 진행된다. 2020.1.23 /뉴스1© News1
제주에는 '신구간'에 맞춰 이사하는 세시풍속이 있다. 신구간은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에 맞춰 각종 할인행사도 진행된다. 2020.1.23 /뉴스1© News1

1만8000 신(神)들의 고향, 제주엔 ‘신구간(新舊間)’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큰 추위가 가고 봄이 오기 전 지상의 곳곳에 깃들어 있는 신도, 사람도 새해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제주도민들은 1년에 한번 신들이 하늘로 오르는 시기에 맞춰 신들 몰래 묵혀뒀던 집안 정비와 이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이때가 바로 신구간이다.

◇제주서만 볼 수 있는 신구간 이사철 이색 풍경

10여 년 전만 해도 신구간에 이사하는 집은 1만 가구에 달했다.

최근에는 신구간 외 다른 날에도 이사하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신구간은 옛말이라는 말도 나온다. 도심 인구 및 1인 가구 증가, 제주 이주민 급증 등 생활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구간=이사’라는 공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신구간에 맞춰 이사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신구간이 되면 행정 및 소방당국 등은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고 제주도내 대형마트나 전자제품 판매매장은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신구간은 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다.

이에 맞춰 제주시는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처리대책을 발표했다. 당일 발생한 쓰레기는 당일 모두 수거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형 폐기물 수거 차량과 수거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이사철 가스 사고 주의보’를 발령해 이사 과정에서의 안전사고 발생 예방에 나선다.

2005년부터 매년 개최된 ‘신구간 중고물품 나눔장터’는 다음 달 1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구간 특수가 이제 옛말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때쯤이면 부동산 거래 매물이 늘고 실제 이사하는 경우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은 왜 신들 몰래 이사를 할까

제주에서 신구간에 이사하는 풍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인들은 제주의 1만8000여 신들이 인간사를 관장하고 집안 곳곳을 지킨다고 믿고 있다. 집의 터를 지키는 오방토신부터 부엌의 신 조왕, 창고의 쌀독을 지키는 안칠성, 변소의 신 칙도부인 등등.

이들이 일 년에 한 번 지상을 떠나는 때가 있는데,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5일 후부터 입춘(立春) 3일 전까지다. 올해는 이달 25일부터 2월1일까지다.

새해를 맞아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이라고 일컫는다.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대하는 시기라는 뜻으로 이를 줄여 신구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평소 집안을 함부로 고치거나 이사하는 일은 신의 분노를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금기된 일을 하면 동티(신을 화나게 해 재앙을 받는 일)가 나서 눈이나 머리, 가슴 등이 아프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신들이 지상에 없는 사이 ‘몰래’ 이사를 하는 세시풍속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신구간 동안은 집을 고치거나 새집으로 터를 옮겨도 새로 부임하는 신들이 모두 용납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바탕 제주판 민족대이동이 끝나고 나면 제주도민들은 신들이 제주로 내려올 때를 맞춰 신을 불러들이는 입춘굿을 지낸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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