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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필리핀 폐기물 국제망신에도 '뒷짐'…"제재 기준 못내놔"

고형연료 에너지화 사업 추진하다 급선회…신뢰성 저하
감사원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실태'

(서울=뉴스1) 김현철 기자 | 2020-01-22 14:00 송고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당진항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 정장선 평택시장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반송된 폐기물 행정대집행에 앞서 컨테이너 속 폐기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9.4.24 조태형 기자


환경부가 2018년 폐기물 불법 수출로 국제 망신을 초래했지만 아직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가연성폐기물을 고형연료(SRF, Solid Refuse Fuel)로 제조·사용하는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스스로 신뢰성을 저하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21일 이같은 내용의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1월 평택시 소재 폐기물수출업체인 A 회사는 폐플라스틱을 적정한 재활용 공정을 거쳐 필리핀에 수출하겠다고 신고한 후 폐목재, 철제, 기타 쓰레기 등 이물질이 다량 혼입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플라스틱 6388톤을 수출했다가 필리핀 당국에 적발됐다. 

A사는 한강유역환경청의 반입명령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수출했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처분을 거부했다. 이에 한강유역환경청과 평택시 등이 약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로 반입한 후 처리했다. 

우리나라가 1994년 가입한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의 통제에 관한 바젤협약과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 등은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은 선진국이 유해 폐기물의 처리능력, 재활용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후진국에 폐기물을 수출하는 등 부적정하게 처리하는 것을 제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2010년 2월 수입폐기물에 대해서는 수입 허가·신고 내용과 다른 물질이 기준치(무게 기준 0.5%) 이상 포함된 경우 반출 명령을 내리고 있다. 

문제는 국제적 망신을 당할 만큼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수출폐기물에 대해 감사 기간인 2019년 7월 현재까지 재활용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폐기물수출업체가 재활용하기 어려운 폐기물을 수출하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를 막기가 곤란한 실정"이라며 "환경부 장관에게 수출폐기물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2008년부터 매립 또는 단순 소각 처리하던 폐비닐 등 가연성폐기물을 고형연료로 제조·사용하는 등으로 에너지화하는 사업을 시행했지만 이후 이를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신뢰성을 저하하기도 했다. 이 사업 추진 결과 가연성폐기물의 고형연료 연간 제조량은 2007년 6만여톤에서 2018년 146만여톤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7년 9월 수도권과 대도시권에서 고형연료 사용 제한, 사용허가제 도입 등 환경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성 저하와 이미 형성된 고형연료 관련 산업 전체의 위축을 야기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방치폐기물이 쌓인 의정부시 신곡동 부용천변 일대


환경부는 방치폐기물 처리이행 보증제도 운용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폐기물처리업체의 방치폐기물 처리이행 보증을 위해 허가받은 보관량(허용보관량)의 1.5배에 해당하는 폐기물 처리 비용에 대해 공제조합에 가입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치폐기물 처리이행 보증제도' 운영하고 있다.

환경부는 보증보험 가입의 경우 폐기물처리업체가 허용보관량을 초과해 폐기물을 보관하고도 보증보험 계약갱신을 하지 않으면 허가권자가 계약갱신 명령을 할 수 있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폐기물처리업 허가취소와 이에 따른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 대집행을 하고 있다. 

반면 공제조합에 가입한 폐기물처리업체가 허용보관량을 초과해 폐기물을 보관하면 허가기관이 폐기물처리업자에게 이행보증 갱신 명령과 미이행 시 허가취소 등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공제조합에 가입한 폐기물처리업체의 방치폐기물 발생 예방과 사후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의정부시는 B 회사가 허용보관량 2만톤을 초과해 폐기물을 보관한 데 대해 2011년 7월부터 2013년 8월까지 9차례에 걸쳐 이 회사가 가입한 공제조합에 B 회사의 방치폐기물 이행보증 갱신조치와 허가취소를 위한 조합원 제명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행보증을 갱신할 권한이 없고 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이유 등으로 제명요청을 거부했고 이후 방치폐기물이 26만여톤으로 증가했다.

한편 대기업 관계사인 C회사 등 3개 업체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로 발주된 총 234억원 규모 15개 소각로 설치 공사 입찰에서 투찰가격을 공유하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들 업체에 대해 담합행위 여부를 조사해 의법조치하도록 통보했다.


honestly8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