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정치권 '실검 폐지' 공세…'인공지능 방패' 내세운 네이버

실검에 AI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 적용 확대
이용자 관심도 따라 정치·사회 이슈 실검 노출 조절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20-01-17 07:00 송고 | 2020-01-17 10:56 최종수정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RIYO) 적용 범위를 확장한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의 모습.© 뉴스1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RIYO) 적용 범위를 확장한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의 모습.© 뉴스1

네이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 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에서 실검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실검법' 도입 등 견제에 나서자 미리 불씨 제거에 나선 것이다.

17일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처음 도입한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RIYO)의 적용 범위를 시사,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확대했다.
리요는 검색량이 급상하는 검색어와 이용자가 설정한 주제 카테고리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개인별 설정 기준에 맞춰 차트 노출 여부를 결정해주는 시스템이다.

앞서 네이버는 광고성 키워드가 실검 차트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벤트·할인 정보 노출 정도를 개인별로 조절할 수 있는 '가중치 필터'를 실검에 적용했다.

이번 개편은 가중치 필터 적용 범위를 시사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총 5단계의 가중치 필터 조절에 따라 개인별로 서로 다른 실검 차트가 노출된다.
◇'시사' 가중치 낮추자 정치인 이름 실검 차트에 안보여

16일 8시 기준으로 가중치 필터를 카테고리별로 높였을 때 실검 차트 순위 변화 모습© 뉴스1
16일 8시 기준으로 가중치 필터를 카테고리별로 높였을 때 실검 차트 순위 변화 모습© 뉴스1

네이버는 이번 실검 개편에 대해 실검 차트에 개인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예와 스포츠 등 실검에 많이 오르내리는 특정 영역 외에 정치나 사회 이슈 등을 포괄하는 '시사' 카테고리가 주목된다.

이날 오전 8시 모든 카테고리에 가중치를 주지 않았을 때 실검 1위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였으나 '시사' 카테고리의 가중치 필터를 높이자 '윤건영', '고민정', '이낙연' 등 정치 관련 인물들이 실검 차트 상위에 노출됐다. 전날 한국당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당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또 '시사'와 '엔터' 가중치를 함께 높이자 '김건모'가 실검 차트에 나타났다. 가수 김건모씨는 전날 성폭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예인이면서 형사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에 시사와 엔터 카테고리 양쪽에서 가중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이용자들이 가중치 필터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정치·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이나 인물 검색어가 실검 차트에 노출되거나 되지 않을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실검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라며 "시사 카테고리는 이벤트·할인, 엔터, 스포츠 등 다른 관심사 카테고리를 제외한 모든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총선 앞둔 정치권 실검 견제…사업자 책임 부여하며 '압박'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네이버는 지난 10월 네이버 모바일에 로그인한 이용자가 '검색차트' 탭에 들어가면 자신과 동일한 연령대의 실검 순위를 먼저 보여주는 식으로 실검 서비스 개편을 시작했다. 이후 리요 적용 등을 통해 계속해서 이용자가 모두 똑같은 실검 순위를 보지 않도록 개인 맞춤형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이버가 실검에 대한 집중도를 분산하기 위해 개편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실검의 과도한 영향력에 따른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실검의 영향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치권은 지난해부터 견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이른바 '실검 전쟁'을 계기로 실검 폐지를 요구하며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은 네이버 본사를 찾아 실검 폐지를 요구하고 국정감사에서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실검 문제를 질타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지난달부터 과방위는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등 기계적 조작을 통한 서비스 조작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실검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한 개정 논의를 시작, 일부 여야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포털 업계는 실검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성숙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기업들도 다양한 이용자 어뷰징에 대해 다각도의 대응을 하면서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며 "(실검법은) 사적 검열을 조장하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가져올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으로 개인 맞춤화…실검 영향력 의도적으로 낮춰

정치권의 압박에 대해 포털 사업자들은 어떤 방향으로든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오는 2월 중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앞서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의 이런 결정은 점유율과 영향력 면에서 월등히 큰 네이버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서비스 폐지가 부담스러운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도입해 부작용을 최소화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번 리요 적용 확대 이후 당분간 이용자들의 반응이나 사용 행태 등을 살핀 뒤 추가적인 개편 여부를 판단해보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급상승 검색어가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과 취향이 반영된 양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리요 고도화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hyu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