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하늘이 준 기회 걷어찬 카타르, 베트남이 품어야 할 예

카타르, 10명이 싸운 일본 꺾지 못해 8강 좌절…소극적 운영이 발목
역전 노리는 박항서의 베트남, 북한과 최종전서 '다득점 승리' 요구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1-16 15:22 송고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있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이 북한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놓고 있다.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도전해야한다. © News1 신웅수 기자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있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이 북한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놓고 있다.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도전해야한다. © News1 신웅수 기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운영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것보다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외려 더 큰 화를 맞는 경우도 있고 이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악화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상대방의 실수나 하늘의 도움을 바라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받아들고 한숨을 내쉬는 일도 적잖다.

어떤 경우든 결과론적인 해석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도전하다 실패하면 성급함이나 조급함이 질타의 대상이 되고 조심하다 일을 그르치면 우유부단함이 도마에 오른다. 쉽지 않은 갈림길이다.
성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결과를 알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전하는 충고는 '끝나고 후회 남을 선택은 지양하라'는 내용이다. 어쨌든 겨뤄 승부를 봐야하는 스포츠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 베트남 축구대표팀에게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10시15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북한을 상대한다.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다 걸어야할 경기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베트남은 지난 10일 UAE와의 1차전 그리고 13일 요르단과의 2차전을 모두 0-0 무승부로 마쳤다. 승점 2점에 그친 베트남은 나란히 1승1무 승점 4점을 획득한 UAE와 요르단에 이어 조 3위에 그치고 있다. 토너먼트 진출권은 각조 상위 2팀씩에게 주어지니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탈락이다.
D조의 최종전은 UAE와 요르단, 베트남과 북한의 경기로 치러진다. 일단 베트남은 무조건 북한을 꺾은 뒤 다른 쪽 상황을 봐야한다. 북한을 잡고 UAE-요르단전 승패가 갈리면 베트남의 조 2위 진출이 확정된다. 그런데 요르단과 UAE가 비겨 베트남을 포함, 3팀이 모두 승점 5가 되면 복잡해진다.

규정상 승점이 같은 팀들은 맞대결에서의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정한다. 베트남-요르단-UAE의 상대전적은 모두 무승부가 되니 승점과 골득실은 의미가 없다. '다득점'에서 희비가 갈리게 되는데, 베트남은 두 팀과 0-0으로 비겼으니 불리하다. 요컨대 요르단-UAE전에서 1골이라도 나온 뒤 무승부가 되면 베트남은 북한을 아무리 크게 이겨도 3위에 그친다.

복잡한 셈법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몫이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은 UAE-요르단전의 0-0 무승부를 염두에 두고 '다득점 승리'에 초점을 맞추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2골차 이승 승리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운영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자칫 실점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커진다. UAE-요르단 경기의 승패가 갈리면 북한을 1골 차로만 이겨도 8강에 오를 수 있으니 '안정'에 대한 유혹도 떨치기 힘들 상황이다. 그러나 '카타르의 잘못된 예'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하루 전날 진행된 B조 경기가 D조 상황과 아주 유사했다. 2무승부의 카타르가 2패의 일본과 최종전을 치르고 1승1무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가 다른 쪽에서 격돌했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이기면 충분히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좀처럼 달려들지 못했다. 답답함의 정수는, 전반 종료 직전 일본 선수 1명이 퇴장을 당해 수적우위를 점한 이후였다.

오히려 11대 11로 싸울 때보다도 날카로움이 떨어졌던 카타르다. 수적 우위의 여유로움도 활용하지 못한 채 외려 쫓기는 인상도 줬다. 그러다 기어이 후반 28분 일본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줬다. 다행히 2분 뒤 PK로 균형을 맞추기는 했으나 남은 시간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한 채 1-1 무승부에 그쳤다.

같은 시간 펼쳐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의 경기는 1-0, 사우디의 승리로 끝났다. 시리아는 패하고도 소극적이던 카타르가 3무, 승점 3점에 머물러준 덕분에 승점 4(1승1무1패)로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똑같은 경우가 베트남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UAE와 요르단 승패가 갈리면, 베트남은 북한을 1골 차로만 이겨도 8강에 오를 수 있다. 확률상 적지 않기 때문에 박 감독이나 베트남 선수들도 '안정'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가뜩이나 결정력이 신통치 않은 베트남으로서는 이 시나리오가 더 끌릴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이 준 기회를 걷어찬 카타르 같은 결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다행히 박항서 감독은 배에 힘을 준 모양새다. 박 감독은 "북한전의 경우, 어떤 일이 있든지 더 많이 공격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어차피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도전자 입장이다. 잃어도 좋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lastunc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