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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예술대 교수 막말·성희롱 더이상 못참아" 폭로 논란

덕성여대 대자보서 "비키니 입고 나를 기다렸으면" 주장
교수 "사실 교묘히 왜곡·호도… 게시자 법적책임 묻겠다"

(서울=뉴스1) 박정윤 기자 | 2020-01-12 14:23 송고
덕성여대에 예술대학 소속 교수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막말과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2020.1.12/뉴스1© News1 박정윤 기자
덕성여대에 예술대학 소속 교수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막말과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2020.1.12/뉴스1© News1 박정윤 기자

교수들이 학생들을 향해 성희롱 발언과 막말을 일삼았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대자보를 둘러싸고 덕성여대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예술대학 소속 두 명의 교수가 지목됐는데, 학생들은 예술계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상 문제 제기가 쉽지 않았지만 후배들이 같은 문제를 겪지 않아야 한다며 이를 폭로했다. 해당 교수 중 한 명은 "발언이 불쾌했다면 나의 불찰"이라면서도 폭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12일 덕성대와 이 대학 학생들에 따르면 덕성여대 예술대학 학생들은 지난달 6일 '예술대학 F과 교수들의 만행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붙였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A 교수의 막말과 B 교수의 성희롱 발언 및 불성실한 수업 태도를 폭로했다.

대자보 작성자는 A 교수가 학과 학생들에게 "기본도 안 된 것들이 졸업하는데 그게 네 얘기다"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 "너희는 하나도 안 중요하고 대학원 갈 애들이 중요하다" 같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수위의 언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또 A 교수가 "싸XX 없는 것들" "못된 X들"과 같은 욕설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B 교수에 대해서는 성희롱 발언이 지적됐다. 대자보에서 학생들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며 B교수가 "덕대생과 자신의 아들을 맺어주는 게 로망이다" "내가 수업을 하려고 여기 과실에 들어왔는데 너희가 비키니를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어. 그럼 난 너무 좋겠지?"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B 교수가 사전 연락이나 공지 없이 수업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 때문에 학생들이 영문을 모른 채 1시간씩 교수를 기다리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문제는 이것이 예술가의 자유로움인 것처럼 포장돼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근무태만"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예술대학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 때문에 문제를 폭로하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수과이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 돌고 돈다"면서도 "후배들이 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익적 목적으로 대자보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대자보가 게시된 이후 B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사전 공지 없이 수업에 소홀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죄한다"며 "아들에 대한 발언을 듣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나의 불찰"이라고 학생들의 폭로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글의 나머지 부분은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고 호도했다"며 대자보에 적힌 성희롱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게시글을 철거 및 삭제하지 않으면 글을 게시한 당사자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B 교수가 성희롱 발언 제보자를 색출하거나 대자보 게시자를 고소하려고 한다는 것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학생들은 교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 부적절하며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해야 한다고 보기도 했지만, 교수의 보복이 우려되므로 공론화를 피해야 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덕성여대에서 만난 한 F과 학생은 "원래부터 이런 발언이 있어 왔다"며 "이제는 이러한 발언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자연대학 소속 학생은 "후배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대자보 내용이 공론화돼야 한다고 본다"고 예술대학 학생들의 폭로를 지지했다.

한 인문대학 학생은 "B교수가 대자보 내용 최초 제보자를 찾아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예술대학에서는 교수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해서 대자보도 어렵게 나온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생도 "내용이 알려져도 교수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며 "B 교수가 제보자를 색출하고 대자보 붙인 사람을 고소한다고 해서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이 같은 대자보 내용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자보의 익명성을 지키기 위해 인쇄비용을 모금하는 등 연대행동에 나선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아직 의혹만 제기된 단계"라며 "과거에도 해당 학과 교수에 대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수업 배제를 해서 곤란한 일이 있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또 "피해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 있어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예술계열은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가 있어 조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폭로 대자보에 대해 B교수가 내놓은 반박 입장문.2020.1.12/뉴스1© News1 박정윤 기자
학생들의 폭로 대자보에 대해 B교수가 내놓은 반박 입장문.2020.1.12/뉴스1© News1 박정윤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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