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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홍콩'…경기는 중국이 이겼으나 응원은 홍콩이 압도했다 (종합)

홍콩 응원단 90분 내내 반중 감정 드러내…경기는 중국이 2-0 승

(부산=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12-18 18:34 송고
1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서 홍콩 응원단이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가 연주되자 일제히 야유를 보내고 등을 보이고 돌아서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서 홍콩 응원단이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가 연주되자 일제히 야유를 보내고 등을 보이고 돌아서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한국과 일본의 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이 펼쳐지는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일찌감치 전운이 감돌았다.

한일전 킥오프 시간은 오후 7시30분이었지만 경기장 주변은 3시가 넘은 시간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한일전의 열기가 먼저 달궈진 영향이 아니었다. 그에 앞서 열리는 홍콩과 중국의 또 다른 경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보다도 차가운 사이가 중국과 홍콩의 관계다. 하필 이런 시국에 양측 축구대표팀이 대한민국 부산에서 맞대결을 펼쳤는데, 경기보다 응원전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중국과 홍콩이 1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최종 3차전을 치렀다. 두 팀 모두 앞선 2경기에서 모두 패해 입상과는 상관이 없는 경기였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배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개정 반대에 따른 홍콩 시위가 무려 6개월 간 이어지면서 양측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때문에 양측 축구대표팀이 맞대결은 한일전에 버금가는 관심이 향했는데, 진짜 전운이 감돌았다.
일단 대회 조직위원회는 부산경찰청과의 협조를 통해 안전요원 숫자를 크게 늘렸다. 대회 관계자는 "홍콩과 중국전의 경호를 위해 경찰특공대를 비롯해 350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됐다. 사설경호원도 기존 560명에서 640명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대략 1000명의 인원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평소 경기들과 견주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경기들마다 인원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경찰만 따졌을 때도 5배 가까이 증원됐다. 경기장 곳곳에는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도 붙었고 팬들이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갈 때도 철저하게 소지 물품을 검사했다.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의 경기 후반전 홍콩 서포터즈가 중국의 프리킥에 핸드폰 조명을 이용해 방해하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홍콩과 중국의 경기 후반전 홍콩 서포터즈가 중국의 프리킥에 핸드폰 조명을 이용해 방해하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홍콩 팬들은 본부석 기준 왼쪽 스탠드에 위치했고 중국의 응원단은 오른편에 자리했다. 숫자는 홍콩이 훨씬 많았다. 중국 팬들은 20명가량 소수였는데 홍콩은 약 2~300명 대규모 인원이 함께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함성 역시 홍콩이 경기장을 지배했다. 인원도 숫자도 10배였다.

시작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홍콩 팬들은 반중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국가연주 시간에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자 홍콩 팬들은 야유와 함께 등을 돌리면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어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플랜카드를 흔들면서 '위 아 홍콩(WE ARE HONGKONG)'이라는 구호로 자신들의 외침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이후에도 홍콩 팬들은 경기 내내 목청껏 외쳤다. 90분이 다 흐를 때까지 좌석에 착석하는 팬들도 없었다. 경기 막바지에는 다 함께 핸드폰 조명을 이용한 단합된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의 팬들은 경기 초반 반짝 대응했으나 이후로는 거의 침묵하면서 경기만 지켜봤다.

경기는 중국이 이겼다. 중국은 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지 시앙의 헤딩 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후반 25분에는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뽑아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응원전은 홍콩의 압승이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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