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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One]'데뷔 40주년' 네덜란드 최고 아이돌 인기 비결은?

어린이합창단 킨더런보킨더런 창단 40주년 콘서트
아이들에 친숙한 노래들…단원들도 평범해

(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2019-12-20 10:15 송고
편집자주 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네덜란드 어린이 합창단 '킨더런보킨더런' <킨더런보킨더런 공식 인스타그램>
네덜란드 어린이 합창단 '킨더런보킨더런' <킨더런보킨더런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재생산과 도덕 불감증이 K-팝을 몰락으로 이끄나?'

평소 한국의 K팝과 한류에 대해 부러운 시선으로 기사를 쏟아내던 네덜란드 매체들은 최근 연예인 정준영의 징역 선고, 설리와 구하라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이와 같은 기사로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고 있다.
하루라도 충격적인 소식이 끊이지 않는 한국 연예계와는 달리 네덜란드에는 40년 동안 단 한 번의 슬럼프 없이 최고의 전성기를 유지하는 아이돌 그룹이 있다.

이들은 바로 올해로 데뷔 40년을 맞이한 네덜란드 어린이 합창단 '킨더런보킨더런'(Kinderen voor Kinderen·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해 노래하는 합창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이 합창단이 처음이다.

지난달 킨더런보킨더런 합창단은 로테르담 아호이 홀에서 창단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성공리에 치렀다. 이 콘서트에서 합창단원들은 지난 40년간 가장 인기가 많았던 히트곡들을 불렀고, 40년 전 활동했던 단원들도 출연해 합창단의 멤버로 지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국에 생방송으로 방영되었던 이 콘서트는 40년의 시간을 넘어 노래를 통해 세대가 화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엄마 아빠가 부르던 옛날 노래를 아이들이 함께 신나게 부르는 모습은 많은 네덜란드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초창기 이 합창단은 1980년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한 병원 설립과 장난감 구입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 지구상의 여러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노래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1991년 이후에는 아이들이 아이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콘셉트를 잡고 40년 간 탑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합창단은 힙합, 락, 테크노 등 장르를 넘나들며 꿈과 희망, 친구, 학교, 사랑, 왕따, 외로움, 부모의 이혼 등 아이들의 삶에 가깝고 현실적인 상황을 노래한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많은 노래가 학교 음악 수업에도 사용된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큰 명절로 손꼽히는 왕의 생일 '킹스데이'(4월27일)에는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킨더런보킨더런의 노래와 안무를 연습해 공연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네덜란드 전국 어린이 책 읽기 주간에는 킨더런보킨더런이 매년 바뀌는 책 주제에 따라 매년 새로운 노래를 내놓는다. 그러면 한 달간 네덜란드 학교에서는 이 노래를 같이 부르고 부모들을 초대해 무대에 올린다. 킨더런보킨더런은 네덜란드 아이들의 가장 큰 우상이자 인기 최고 아이돌 그룹이나 다름 없다.

지난달 킨더런보킨더런 합창단은 로테르담 아호이 홀에서 창단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성공리에 치렀다. <킨더런보킨더런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달 킨더런보킨더런 합창단은 로테르담 아호이 홀에서 창단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성공리에 치렀다. <킨더런보킨더런 공식 인스타그램>

킨더런보킨더런 합창단의 인기 비결은 아름다운 노래 가사와 친숙한 멜로디도 있지만 무엇보다 단원들이 다양한 피부색과 배경을 가진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특이한 매력을 갖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이돌이 아니라 내 외모와 비슷한 모습을 한 친구들이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이유다.

킨더런보킨더런 합창단은 원래 네덜란드 전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뽑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엄격한 아동 노동법에 따라 합창단 아이들은 장시간 노래를 부르거나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공연을 다니는 것은 금지된다. 또 학업에 지장을 받거나 특별한 관심과 인기로 아이다움을 잃게 된다는 우려로 인해 스튜디오 인근에 거주하는 만 7세에서 12세 아동들 중에서 뽑고 있다.

매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 40명 가량의 아이들은 일상 생활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인원을 나누어 활동한다. 무대에는 보통 10~12명 정도만 올라가고 연간 15회 정도의 전국적인 콘서트에서도 모든 합창단 아이들이 골고루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날로 높아가는 이 합창단의 인기에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디션 안내 페이지에 보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와 노래를 부르는 실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외모나 예능감 같은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킨더런보킨더런 합창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벌고 인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아이들의 노래로 아름답게 만드는 데 있다. 합창단은 2005년 일본 쓰나미 피해 아동을 위한 모금 콘서트를 열고 2008년에는 전쟁고아 아이들에게 지원금을 전달했다. 합창단은 매년 여러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네덜란드를 넘어 전 세계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여러 자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류가 전 세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요즘 문득 우리 아이들은 어떤 노래를 듣고 부르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도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아이다운 노래를 더 만들고 더 부르면 어떨까?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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