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디자인 표절' 판치는데…정부·지자체 "막을 예산도, 의지도 없다"

[카피 제국]⑦서울시, 올해 디자인 보호 예산 '1억원' 전년比 33%↓
서울디자인재단측 "예산 줄어들었지만 사업성과는 올렸다"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19-11-29 14:05 송고 | 2019-11-29 17:36 최종수정
편집자주 "이른바 '짝퉁'(위조 상품)보다 심각한 게 '카피 상품'입니다."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카피 상품'이란 말 그대로 특정 브랜드 제품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의미합니다. 상표까지 도용해 누구나 불법임을 아는 '짝퉁'과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도용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도 명백한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뉴스1>은 국내 패션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디자인 카피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패션업계가 '카피캣'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패션 디자인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예산은 제로(0) 수준이다. 그나마 서울시가 디자인 보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디자인 카피 예방에 투입한 예산 900만원

29일 서울시가 발간한 2017~2019년 '패션디자인 권리보호 사업 실행 계획안·결과보고'에 따르면 올해 패션디자인 권리보호 사업에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는 2017년과 지난해 편성된 예산(1억5000만원) 보다 약 33% 줄어든 것이다. 이 가운데 디자인·상표 카피 예방에 투입한 예산은 9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서울 패션위크에서 "좋은 콘텐츠·아이디어 카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한 사업이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큰 관심을 보여 패션계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패션디자인 권리보호 사업 예산은 디자인 산업 진흥을 위해 출연한 재단인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용하고 있다. 해당 예산은 △패션 디자인 권리 보호차원에서 디자인·상표 특허 출원을 돕는 프로그램인 '패션엔젤' △지식재산 교육 운영 △홍보비 등에 쓰인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달 예산이 소진되자 일부 예산 투입 사업을 조기 종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디자인 표절은 입증이 어렵고 이미 업계 관행처럼 여겨져 정부나 협회 차원의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서울시가 마련한 1억원 예산도 상당히 부족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책정은 전년 예산에 따라 책정된다. 지난해 보다 올해 해당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예산이 조기소진 됐다"면서도 "내년도 디자이너 권리보호 사업 관련 예산 및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예산 '1억원' 턱없이 부족"vs"한정된 예산 효과적 운용"

서울시는 패션디자인 권리보호 사업 예산 절반 가까이를 '패션엔젤'(4500만원)에 투입했다. 패션엔젤은 변호사·변리사·세무사·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들이 디자이너 및 중소 패션계 종사자들의 디자인권 보호를 지원하는 법률 상담 프로그램이다.

패션엔젤에 투입된 예산은 대부분 법률 상담료(3600만원)로 사용됐다. 디자인 표절 예방 차원에서 국내외 디자인·상표 출원 지원에 투입되는 비용은 900만원이다. 또 패션엔젤은 올해 배정된 예산을 모두 소진, 지난달 31일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조기 종료했다.

다만 서울디자인재단 측에서는 예산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패션엔젤 사업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진행한 패션엔젤 상담건수는 182건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연말까지 상담을 마무리하면 57건이 더 늘어나 상당건수는 239건에 이를 전망이다.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는 종료됐으나 종료 전에 신청 받은 상담에 대해선 올 연말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올해 총 상담 건수는 239건으로 전년 204건보다 35건 늘어난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했고 상담 건수가 증가한 데서 확인할 수 있듯 패션엔젤 사업은 분명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션엔젤 상담서비스 종료 안내문.© 뉴스1
패션엔젤 상담서비스 종료 안내문.© 뉴스1

◇"동대문 상인 등 현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대책 마련해야"

서울시청에서 불과 2.7㎞ 떨어진 동대문 쇼핑 타운에서는 '카피상품'이 사실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에는 상인들이 '막스마라 스타일' '랑방 스타일'을 강조한 카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동대문 상권이 '카피 상품'을 경쟁력으로 내세워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나 예산 지원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 디자인의 경우 카피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허청 산하기관인 한국지식재산보호권도 위조 상표 등 이른바 '짝퉁' 제품을 단속하고 있지만 표절 상품에 대한 보호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패션 산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다보니 카피 상품 방지 차원에 들이는 노력 대비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면서 "그러다보니 기관이나 협회가 관련 지원을 축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어떤 형태로든 카피 상품을 근절할 만한 관련 대책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지 못했다"면서 "디자인 카피로 피해를 입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만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카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시 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이 절실하다. 박중현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회장 "디자인 카피 상품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면 정부나 관련 부처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동대문 상인 등 현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뿐 아니라 중기부와 산업부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