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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투쟁 홍대 청소노동자들, 항소심도 업무방해 '유죄'

법원 "업무방해 인정되고, 정당한 쟁의행위 보기 어렵다"
홍대 노동자들 "법원 조차 약자들 투쟁을 인정하지 않아"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유새슬 기자 | 2019-11-21 15:30 송고
홍익대 노동자-학생 연대단체인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이 2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온 데 대해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2019.11.21/뉴스1 © 뉴스1 유새슬 기자
홍익대 노동자-학생 연대단체인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이 2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온 데 대해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2019.11.21/뉴스1 © 뉴스1 유새슬 기자

지난 2017년 홍익대학교 안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최규현)는 21일 업무방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민철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차장에게 원심 그대로 징역4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홍익대 분회장과 홍익대 청소노동자 조태림씨의 항소도 기각됐다. 박 분회장은 지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조씨는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기간 재범이 없으면 형 집행을 하지 않는 유죄 판결의 일종이다.

이들은 2017년 7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홍익대 사무처와 사무처장실을 8시간 넘게 점거하고, 같은 해 8월에는 홍익대 총장을 붙잡고 20여분간 구호를 외치며 학교의 행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 건물 로비와 사무처, 사무처장실을 점거한 것은 쟁의 행위의 일환이므로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면서 "오히려 학교에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수 시간동안 학교 건물과 사무실 내부에서 연좌농성을 하면서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튼 것은 학교의 행정업무를 명백히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사무실을 점거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사무처장에게 합의서 서명을 강요하며 놓아주지 않은 것은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근로자로서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려는 쟁의행위의 일환이었던 점은 인정된다"며 "농성 과정에서 직접적인 폭력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학교와의 싸움은 골리앗과의 싸움"이라며 "대화도 할 수 있고, 협조도 구할 수 있는데 법의 힘으로만 짓누르니 길바닥 노동자들은 분노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홍익대 노동자-학생 연대단체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운영위원장도 "이번처럼 수위가 낮은 투쟁마저 유죄로 판단하면 우리는 홍익대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원조차 약자들의 투쟁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정당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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