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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협상중 이례적 "이견 크다" 밝혀…연내 타결 난망

美 "새 항목 신설 및 대폭 증액" vs 韓 "SMA틀 유지 및 합리적 수준"
파행 지속시 한미동맹 균열 우려 증폭될 듯…28년간 16조2727억 분담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9-11-19 18:09 송고 | 2019-11-19 18:41 최종수정
평통사 회원들이 19일 오전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평통사 회원들이 19일 오전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19일 파행 속 종료됐다. 양측은 차기 회의 일정을 논의도 못 한데다 이례적으로 협상 중에 "이견이 크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연내 협상 체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1시 42분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18~19일 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혀 양국 간 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음을 내비쳤다.
당초, 이날 3차 회의 이튿날 일정은 오전 10시 시작해 오후 5시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오전 약 1시간 30분 회의로 종료됐다. 또 전날 회의는 오전에는 열리지 않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만 진행됐다.

미국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외교부 측은 설명했다.

회의 종료 후 미국과 한국 측 협상 대표가 이례적으로 개별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의 이견이 크다는 점을 발표했다. 지난 9차, 10차 협상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견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뿐 아니라 양측 모두 기싸움에서 지지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이날 오후 12시 45분쯤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제안들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내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는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2019.1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내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는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2019.1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드하트 대표는 "우리는 한국 측에 재고의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담 참여를 중단했다"며 "우리는 한국 측이 상호 신뢰와 파트너십을 기초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을 때 협상을 재개하길 기대한다"며 양측이 차기 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이날 오후 2시 42분쯤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또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양측 제안의 절충이 현재로선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美 "새 항목 신설해야" vs 韓 "기존 틀 유지해야"

미국은 한국 방위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논리를 펴며, SMA에 새 항목을 신설해 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연습, 주한미군 순환배치,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등의 비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분담액의 5배 수준인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 가까운 액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총액을 먼저 정했으며, 여기에 맞추려면 새로운 항목 신설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CNN은 미국의 분담 요구액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초 50억달러를 제시했고, 이후 행정부 관리들이 설득해 이를 47억달러로 낮췄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이 이 금액을 정당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내년에 시작되는 일본과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협상에 기준이 되기 때문에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에 나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우리 측은 주한미군사가 고용한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병영·숙소·훈련장·교육시설 등 군사건설비, 탄약저장·정비·수송·장비물자 등 군수지원비 등 기존 SMA 틀 내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새 항목 신설과 총액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 측 입장이다. 이날 정은보 대사는 양측 간 가장 큰 입장 차에 대해선 "총액과 항목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가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목과 총액 2개 다를 포함한다고 해주시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 측은 △기존 SMA 틀 유지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평한 분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담을 원칙으로 해서 협상에 임하고 있어 양측 간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SMA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경비 중 절반 부담이 원칙이다. 현재 미국의 요구액은 기존 협상 틀을 적용하면 총주둔비용보다 많게 된다.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발간한 해외 파병 미군 비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한미군의 총주둔비용은 44억2540만달러(약 5조1715억원)로 추산됐다. 이중 인건비는 19억9910만달러(약 2조3361억원), 운영유지비는 22억370만달러(약 2조5752억원)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자신을 관저로 불러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며 "제 느낌에  (인상을 요구한 것이) 20번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해리스 대사가 구체적 액수를 거론했냐는 질문에 "했다. 여러 번 했다"고 전하며, 이에 대대 "너무 무리하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해리스 대사 입장은) 우리가 내야할 돈의 5분의1밖에 안 낸 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입장도 공식적으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균열 우려 고조될 듯

방위비 협상 파행이 계속돼 연내 타결이 불발되면 한미 동맹 균열 우려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우려를 표하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표, 홍영표, 민홍철, 김병기, 도종환 의원. 2019.1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우려를 표하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표, 홍영표, 민홍철, 김병기, 도종환 의원. 2019.1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국회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과 김진표·홍영표 의원 등 여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을 벗어나는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결과에 대해 단호히 국회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는 이날 오전 3차 회의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미군 인건비 등 주둔비용과 세계패권전략 수행비용을 한국에게서 갈취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를 규탄했다.

미국 측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이 지역구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은 지난 15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과도한 요구는 한국을 “갈취하는 것”이라며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미국의 소리( VOA)' 방송은 전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VOA에 미국의 요구와 관련, “불행히도 미군 태세를 국가안보에 대한 이익보다는 재정적 기여에 대한 것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최근 정책 결정으로 인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28년간 방위비 분담 규모 약 16조2767억원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은 1966년 체결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서 한국은 시설과 군사부지 등을 제공하고 나머지 발생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80년대 후반 무역적자가 누적되자 동맹국의 재정지원 확대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당초, 한국은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와 관련해 분담하기로 했지만 미국은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지원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보셔시티에서 열리는 선거집회에 참석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보셔시티에서 열리는 선거집회에 참석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는 SOFA 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1991년 특별협정이 체결되게 됐다. SMA는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모두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한 SOFA 제5조 1항에 대한 특별조치이다.

한미는 1991년 이후 1~5년 단위로 SMA를 체결해왔으며, 분담금 규모는 매년 점진적으로 올랐다. 제1차 SMA 이후 지난 28년간 한국이 미국에 지급한 분담금 액수는 약 16조 2767억원이다.

10차가 적용되고 있는 2019년의 경우, 유효기간이 1년으로 분담금은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을 반영해 전년대비 8.2% 오른 1조389억원로 책정했다. 한미는 기존 유효기간 5년 대신 미국 측 요구대로 유효기간을 1년으로 결정했지만 금액은 당초 요구보다 낮춰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미는 10차 SMA를 체결하면서 차기 협정이 적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협정 공백 상황에 대비해 양국 합의 시 협정이 연장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연장은 총액 증가율만 제외하고 합의 문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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