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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반환점] 지지하지 않는 한 분 한 분도 국민…"포용·소통 절실"

"'조국 갈등' 심화…두쪽 광장, 직접민주주의 보기 어려워"
"세대 갈등·20대 이탈도 과제…진영 넘어선 리더십 보여야"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류석우 기자 | 2019-11-08 06:00 송고 | 2019-11-08 12:48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중)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공존의 메시지를 던졌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번달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정부의 '국민 통합' 성적표는 어떨까.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이 불러온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서울 도심은 주말마다 정부 비판 집회와 검찰개혁 촉구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중간점검에서 조 전 장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51)와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61), 다양한 주제로 기고 활동을 하고 있는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년생(24) 3인에게 물었다. 이들은 반환점에 이른 정부의 광장 관리 역량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20대인 임씨는 '세대론'과 이번 정부 이후 여러 차례 호출된 '20대'에 관한 생각을 풀어냈다.

◇'조국 사태' 지적 불가피…"반대층은 분노, 지지층은 배신감"

태극기집회는 정권 출범 이전부터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을 당했다는 것이 태극기집회의 초기 메시지였다. '무죄 석방' '탄핵 무효'와 같은 구호가 주를 이뤘다.

태극기집회를 위시한 범보수진영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이후 정권 규탄 구호를 적나라하게 더하기 시작했다. '탄핵 무효'에 '정권 퇴진'이나 '문재인 탄핵'과 같은 구호가 공공연하게 올라왔다. 대학가에서는 서울대와 고려대를 시작으로 정권 비판 집회들이 생겨났다. 한번 일어난 분노는 조 전 장관을 '불쏘시개'로 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이나 '과도한 검찰 수사' 프레임으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소속 보수단체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19.10.3/뉴스1

이 같은 분노에 대해 우석훈 박사는 "조 전 장관의 딸이 너무 쉽게 장학금을 받고 논문 제1저자가 된 것이 상대적 박탈감과 공정의 감각을 건드렸다"며 "게다가 이런 문제(공정)를 중요하게 얘기했던 사람의 일상 속 차이가 큰 배신감을 불렀다"고 했다.

이병훈 교수도 배신감을 키워드로 꼽으면서 "'촛불정부'에 대한 기대가 배신감이나 실망으로 바뀌었고, 이런 것들이 분노로 표출됐다"고 말했다. 임명묵씨는 "입시 문제가 가장 센세이셔널했다"며 "(암묵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폭발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갈라진 지금 광장, 직접민주주의 현장 아냐…메시지 들어봐야"

정권에 대한 실망과 정권 수호 의지가 한데 표출되고 있는 지금의 광장은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옳을까. 직접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는 현대의 아고라일까, 길 잃은 분노가 난립한 무질서의 공간일까.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국민들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7/뉴스1

인터뷰에 응한 3인은 이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갈등의 양상이나 질로 봤을 때 지금의 광장을 직접민주주의 현장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 나타난 양상은 민주주의의 건강한 모습이 아니라 아주 고질적이고 정파적인 분열로 이해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정당정치 실종이 국민을 길거리로 내몰고, 정당이 이를 다시 선동한다"며 국회에도 책임을 돌렸다.

우 박사는 "국정을 잘못 운영하고 인사를 잘못했기 때문에 광장이 갈라졌다"며 "우리 쪽 집회는 좋은 것이고, 상대 쪽 집회는 동원된 것이라는 생각은 20세기적 발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정당정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 데 따른 나쁜 징후로 볼 수도, 대중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집회 구성원을 판단하려 하지 말고 일단 한번 (메시지를) 들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초동은 팟캐스트, 광화문이나 여의도는 유튜브에 친숙하다"며 "각자의 미디어에 몰두하면서 상대에 대한 증오와 적대관계를 재생산하는 내전(內戰) 수준의 미디어 풍토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세대갈등·20대 이탈도 심화…"청년들에게 진보 매력 잃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광장은 정치적 입장뿐 아니라 연령대에 따라서도 나뉜 상황이다.

현재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에는 6070이, 검찰개혁 집회가 열리는 서초동·여의도에는 4050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2030은 조 전 장관 사태를 거치며 상당수가 정권으로부터 돌아섰다고 분석된다. '20대 남성'이 정부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우 박사는 "청년들에게 진보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 지금의 심각성"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서초동과 광화문 간 연령대 차이를 언급하면서 "이전부터 존재하던 세대 전선(戰線)이 좀더 분명하게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20대인 임씨도 세대론이나 20대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그는 20대와 현재 사회 지도부의 주요 구성원인 50대 간 관계가 '양가적'이라고 봤다. 두 세대는 서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식세대로 얽히면서 20대가 50대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인다는 것이다.

임씨는 "선배가 따라주는 술잔은 거부해도 부모님이 주는 용돈은 거부하지 못하는 세대가 20대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지금의 20대는 위축된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 3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시위에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그는 '20대 남성'의 정권 지지층 이반 현상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을 키워드로 들어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는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20대 남성의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지만 2018년 6월 '혜화역 시위' 이후 급하락 추세로 반전됐다"고 정리했다.

임씨는 "20대 남성은 50대 남성과 다르게 자랐는데, 억압적 가부장제로 인한 죄는 우리가 덤터기를 쓰느냐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며 "여기에 정부가 20대 여성에 비해 20대 남성의 이야기는 덜 듣는다는 느낌을 줘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포용과 소통 필요…'이야기 듣겠다'는 태도 중요하다"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정부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지적을 기반으로, 정부가 포용과 소통의 시그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요컨대 대통령 취임사를 실천하라는 것이다.

우 박사는 "제일 문제라고 생각한 건 여러 번에 걸쳐 이 문제(조 전 장관)를 수습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판단을 하지 못한 비서진 등을 정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같은 위중한 국면에서 당·정·청이라고 불리는 집권세력끼리만 만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 등이 의제 없이 대통령과 자유롭게 티타임 같은 것을 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도 "진영을 넘어서서 보수든 진보든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통합과 포용을 주문했다.

임씨도 "대통령은 청렴하고 올곧은 원칙주의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보니 유연하지 못한 것도 있는 것 같다"며 "남은 임기 동안은 이야기를 두루 들으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에 비판적인 태극기집회 진영에 대해서는 "보수 유튜버들에 대해서 '선동자'라는 가치판단을 해버리기 이전에, 디지털 문명과 상관 없던 어르신 세대가 왜 갑자기 유튜브를 즐기게 됐을지를 분석적으로 탐구하면 이해의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며 "세대·지역·계층이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경험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즐기는 미디어를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게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9일 오후 범국민투쟁운동본부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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