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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로 만든 화장품 '팜스킨'…화장품계 '코카콜라' 꿈꿔요"

평범한 대학생에서 화장품 CEO로…곽태일 대표 인터뷰
"미국 등 해외 성과 두드러져…내년 매출 700억 목표"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19-11-08 07:00 송고 | 2019-11-08 10:00 최종수정
곽태일 팜스킨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팜스킨 서울사무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곽태일 팜스킨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팜스킨 서울사무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롤모델이 있냐고요? '코카콜라'입니다. 전 세계 어디서든 목이 마르면 다들 코카콜라를 찾잖아요. 피부 보습이 필요할 때 저희 제품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팜스킨 본사에서 만난 곽태일 대표(29)의 말이다. '20대 최고경영자(CEO)'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팜스킨을 화장품계의 코카콜라로 만들겠다는 포부 역시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젊기에 가능한 꿈이다. 
팜스킨은 '초유'(소가 송아지를 낳은 직후 나오는 소량의 우유)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화장품 스타트업이다. 국내 보다 해외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유통 공룡인 월마트에 납품하며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2017년 출범한 팜스킨은 출발지부터 남달랐다. 팜스킨이 태동한 곳은 다름 아닌 곽 대표의 단골 포장마차였다.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4학년 재학 당시 그는 선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서로의 진로 고민을 털어놓던 중 "넷이 함께 창업해 보자"고 약속했다.

"대학교 수업에서 초유 성분이 굉장히 좋다고 배웠어요. 시간이 지나서 우연히 초유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초유를 사업 아이템으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된 셈이죠."
시작은 말 그대로 무모했다. 초기 자금은 학자금대출로 받은 1000~200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열정만은 남달랐다. 결국 연구개발(R&D)에 몰두하며 초유에서 나온 추출물로 마스크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팜스킨은 곽 대표가 학교 동료 3명과 '초유'라는 아이디어로 2017년 창업한 회사다. 초유 추출물을 활용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는 팜스킨은 국내보다는 미국 등 해외에서 더욱 잘나가는 화장품 회사로 꼽힌다.

© News1 이승배 기자
© News1 이승배 기자

◇'초유' 한계점 극복…미국 등 해외서 성과

그가 초유를 택한 이유는 IGF-1 등 초유에 함유된 영양 성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를 찌르는 특유의 냄새와 짧은 유통기한이 문제였다. 누구나 선뜻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초유는 상온에서 3일만에 부패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초유 고유의 냄새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죠. 하지만 초유 가공 기술을 연구한 끝에 결국 초유에서 좋은 성분을 추출하고 냄새를 줄이는 데 성공했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대중들이 갖고 있는 초유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초유는 탁한 젖에서 나오는 분비물 정도로 여겨졌고 심지어 '불결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향균·면역 성분 등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한번은 미국에 갔을 때 길가던 사람들을 붙잡아 우리제품을 보여주면서 무작정 시장조사를 한적이 있어요. 우리 제품을 보여주니 '초유를 강조하면 처음엔 궁금증이 생기더라도 호기심에서 끝날 것 같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곽 대표와 직원들은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초유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결국 상품 앞면에 써놓은 초유라는 키워드를 빼기로 결정했다. 

이후 팜스킨은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누적 수출액 100만달러(11억5600만원)를 돌파했다. 특히 월마트·샘스클럽 등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의 약국체인 CVS·백화점 메이시스 등에도 납품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매달 5~10억 사이의 매출을 내고 있어요. 그 중 미국의 매출 비중이 전체 비매출 가운데 20~30%에 달해요. 미국 외에도 사우디·두바이·쿠웨이트·요르단등 중동 지역과 유럽에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이번달에는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요."

곽태일 팜스킨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팜스킨 서울사무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곽태일 팜스킨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팜스킨 서울사무소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위기 순간 넘기며 성장…"내년 매출 700억 목표"

실제 스타트업의 1년 생존률은 1백분의 1, 3년 생존률은 1만분의 1이다. 팜스킨 역시 지난 3년 동안 위기의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 때마다 곽 대표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 해낼 수 있었던 이유를 사람에서 찾았다.

"수출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무역용어인 FOB를 읽을줄 몰라 '폽'으로 읽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코트라 전문위원이었던 분이 2박 3일 간 집중 과외를 해주셨어요. 회사 계약서 문제가 있을 때 소개 받은 심사역은 계약서에 기재된 독소 조항을 해결해 주셨어요."

2017년 하반기에는 한국콜마 자회사인 콜마스크 대표를 소개받으면서 한국콜마에 마스크팩 제조를 맡기게 됐다. 국내 최대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자가 스타트업과 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은 일부 스킨·로션 등의 생산까지 한국콜마가 맡는다.
  
그는 가족으로부터도 사업을 성공시킬 힌트를 얻었다. 어린 조카가 팜스킨의 마스크팩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가족이 쓰는 제품'이라는 마인드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생각은 쉽지만 사업이 커지면 놓치기 쉬운 마음가짐이다.

"한 번은 시제품을 만들어서 형, 형수님께 드렸어요. 그런데 형이 당시 5살, 2살이었던 조카들이 마스크팩을 한 사진을 제게 보내더라고요. 어린 조카들이 쓴다고 생각하니 대충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렇게 제품 성분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만들다보니 어느새 매출도 약 10억원까지 올라왔다. 화장품업계 전체로 볼 땐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3년만에 매출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가 처음 이런 10억원 매출 목표를 새웠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주였다. 하지만 글로벌 유통망을 뚫으면서 지난해 누적 수출액 100만달러를 실현했다. 이제 곽 대표는 다음 목표를 향해 다시 뛰고 있다.

"지난해에 사람들이 그해 목표를 물었을 때 100만달러라고 말했죠. 그때 다들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죠. 그런데 저희가 그 목표를 이뤘어요. 내년에는 지난해보다 60배 성장한 매출 700억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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