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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문화재 슈리성 '잿더미'…가시하라 신궁 화재 이후 24년만(종합)

정전 등 성내 건물 7채 전소…11시간만에 꺼져
경찰 화재 원인 조사 중… "야간 문화재 관리 허술" 지적도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10-31 17:11 송고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슈리성이 31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경.  © 로이터=뉴스1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슈리성이 31일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전경.  © 로이터=뉴스1

일본 오키나와(沖縄)의 상징 슈리성(首里城)이 사실상 모두 불에 탔다. 

NHK·가디언 등에 따르면 31일 새벽 2시30분쯤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시 슈리성에 큰 불이 나 정전(正殿)을 포함해 성내 건물 7채가 소실됐다. 
나하시 소방국에는 이날 새벽 2시40분쯤 슈리성 경비원으로부터 정전 내부에 연기가 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차 약 30대가 출동해 약 1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이날 오후 1시반에야 불이 모두 꺼졌다. 

이날 발생한 불로 중심 건물인 정전 외에 북전(北殿), 남전(南殿) 등이 전소됐고, 서원(書院)과 봉신문(奉神門) 등도 일부 불에 탔다. 총 소실 면적은 4800㎡에 달한다.

불은 정전 근처에서 시작돼 이후 북전과 남전으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국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는 스프링클러 등이 구비돼 있었지만 화재 발생 후 한동안 불길이 너무 거세 소방관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건물로 불이 번져 피해가 더 커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진화 작업에 참여한 40대 소방대원이 탈수 증상을 일으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NHK는 전했다. 
나하시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는 류큐 왕국 시대 의식을 재현하는 '슈리성제'(首里城祭) 행사 준비를 위해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재와 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현재 화재 현장 검증을 통해 불이 난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일본 당국도 조기 복원을 약속하고 오키나와 현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슈리성 재건에 전력투구를 다하겠다"며 "화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화 대책을 확실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슈리성은 1429년부터 1800년대 후반까지 약 450년간 존재한 류큐 왕국의 정치·외교·문화의 중심지로 1933년 국보로 지정됐다. 태평양 전쟁 오키나와 전투 도중 미국의 공격으로 소실됐다가 1992년 국립 공원으로 복원돼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는 "슈리성은 12~17세기 500년 류큐 역사를 대표하는 유적지"라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 그중에서도 '정전'은 류큐왕국 최대 목조 건축물로, 역사적·건축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건물 뿐 아니라 내부 도구 등을 당시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슈리성 정전 1층에 있던 옥좌. 31일 발생한 화재로 소실됐다. © 뉴스1
슈리성 정전 1층에 있던 옥좌. 31일 발생한 화재로 소실됐다. © 뉴스1

특히 정전 건물 2~3층에 용 모양으로 장식된 기둥은 동아시아에서 유례가 없는 독자적 양식이라고 NHK는 전했다. 이날 화재로 '정전' 1층에 있던 옥좌 '우사스카'(御差床)도 잿더미가 됐다. 

이번 화재는 나하시 관광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로마 미키코(城間幹子) 나하시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 재산, 상징을 잃어 낙담스러운 심정"이라며 "슈리성은 나하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이었다. 관광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화재를 계기로 야간 문화재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문화청이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유산·국보의 8.3%, 중요문화재의 35.4%가 야간 긴급사태 발생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2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날 또다른 세계문화유산 교토(京都) 니조성(二条城)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목조 건축물이 주를 이루는 일본에서는 화재로 인한 문화재 소실이 반복되고 있다. 1949년 나라(奈良)시 호류지(神楽殿)에서 벽화가 소실됐고, 1950년에는 교토 금각사(金閣寺)가 방화로 깡그리 타 충격을 줬다. 가장 최근엔 1995년 가시하라 신궁(橿原神宮)에서 화재가 발생해 신악전(神楽殿)이 소실됐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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