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시나쿨파]홍콩, 미국 믿다 제2의 쿠르드족 될수도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10-15 14:13 송고 | 2019-10-15 18:21 최종수정
14일 홍콩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홍콩 인권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14일 홍콩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홍콩 인권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14일 밤 홍콩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아니라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하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홍콩 시민 13만 명은 이날 밤 시내 차터가든에 모여 반민주인사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홍콩 인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미국 의회에 촉구했다.
홍콩 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 무역, 비자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 하원은 이르면 16일 오전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며,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홍콩의 대표적 민주인사인 조슈아 웡은 이날 집회에서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그 동맹국들도 홍콩 민주주의 탄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는 미국 국가를 부르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흉내낸 '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팻말을 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한 시위 참가자가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흉내낸 '홍콩을 다시 위대하게' 팻말을 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홍콩 시위대가 '홍콩 인권법'을 포기하지 말고 통과시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홍콩 시위대가 '홍콩 인권법'을 포기하지 말고 통과시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홍콩인들의 절박함이 눈물겹다. 그런데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동의 쿠르드족을 배신했다.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쿠르드족을 이용하고도 터키의 쿠르드족 소탕을 용인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동맹을 배신한 미국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며 미국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독재국가와도 손을 잡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1980년 한국의 신군부를 용인하는 등 선례는 수도 없이 많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민주화에 관심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 부총리에게 “홍콩 시위대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곧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11일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홍콩인들이 성조기를 휘날리고 미국 국가를 부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실질적 도움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중국 인민을 적으로 돌려세우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홍콩을 도울 방법은 무역 제재와 홍콩 인권법 제정 등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미국이 홍콩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단은 없다. 

홍콩 시위대가 미국 해바라기를 할 때, 중국인들은 "홍콩인들의 조국은 미국"이라며 "홍콩인들은 외세에 빌붙어 조국을 팔아먹는 매국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는 중국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홍콩 시위대는 중국 인민을 적으로 돌려 세우고 있다. 치명적 실책이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7함대가 부산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1주일만 버티면 미군이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미국은 광주시민의 염원을 외면했다. 오히려 신군부를 묵인했다.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인이 했다. 홍콩의 민주화도 홍콩인만이 할 수 있다. 미국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민주화를 먼저 이룬 나라의 한 시민이, 또 미국의 실체를 뼈저리게 체험한 한 시민이 홍콩 시민들에게 드리는 진심 어린 충고다.

 
 



sinopark@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