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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대정전'…ATM도 신호등도 먹통

PG&E, 산불 피해 막으려 일부러 전기 공급 끊어
더 이어질 수도…"정전피해 규모 최대 3조원 전망"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10-11 11:02 송고 | 2020-04-06 13:11 최종수정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일대를 강타한 대규모 정전 사태에 소노마에 있는 한 와인바에서 바텐더가 불이 꺼진 상태로 일하고 있다. © AFP=뉴스1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일대를 강타한 대규모 정전 사태에 소노마에 있는 한 와인바에서 바텐더가 불이 꺼진 상태로 일하고 있다. © AFP=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발생, 약 60만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이틀간 이어진 정전에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교통사고가 잇따랐고 곳곳에선 현금자동입출금기(ATM)과 신호등, 냉장고가 먹통이 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블랙아웃에 따른 경제적 피해 규모는 최대 25억달러(약 2조 97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사태는 화재나 합선 등 사고 때문이 아니라 전력 공급 회사가 산불 발화가 시작될 수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해 강제로 전기를 끊으면서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에선 보통 건조하고 강한 돌풍이 부는 10월 말~ 12월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최대 젼력회사 퍼시픽가스전기(Pacific Gas and Electric)는 "송전탑이나 전선 같은 전력 공급 설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9일부터 강제 단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산타로사 일대 가구 및 사업장 약 60만 곳에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PG&E 측은 이날 추가로 25만여 곳에 강제 단전을 실시하려다 주민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일단 연기했다.

특히 대형 아파트(공동주택)의 경우 아파트 전체가 전기 계좌 하나를 쓰는 곳도 있어서 정전 피해를 받은 인구는 60만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PG&E는 일부 지역에서 금요일(11일)까지 강풍이 계속될 수 있다며, 강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며칠 더 전력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한을 제시하진 않았다.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리는 이 강풍은 대형 산불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단전에 따른 피해는 예상보다도 훨씬 컸다. 산타로사에서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교통사고가 잇따랐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전기를 쓰는 장비가 많은 요양원이나 노인보호 시설에서도 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몬트레이 베이에서는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호흡보조장치 작동이 중단돼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보고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경제적 손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탠포드대 기후·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와라는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에서 개발한 통계 모델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정전 피해액이 최소 6500만달러에서 최대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와라 역시 9일 새벽 2시부터 전기가 끊겨 온수와 인터넷 접속, 휴대전화 서비스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PG&E가 이처럼 과감한 조치를 취한 건 최근 수년간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로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최대 300억달러(35조 7060억원)의 부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 1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회사 측은 이번 가을·겨울에도 산불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회사 재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판단해 단전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PG&E 조치를 둘러싼 여론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강풍으로 전기를 끊는 게 말이 되냐며 분노를 표출하는 주민들도 많지만, 대형 산불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단전을 이해하려는 주민들도 많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민들이 분노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업계의 모범적인 경영"이라며 PG&E를 두둔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8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산불 재발을 막기 위해 주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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