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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변화시킨 너]②"'엄마 인생'을 살아,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마"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13살 딸 지민이 이야기
"'지민이 엄마'가 꿈꾸는 세상…진심 느껴 동참"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9-10-07 08:01 송고
편집자주 '날 변화시킨 너.' 그들은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이란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이거나 가르치는 선생님, 신체적 결함을 보완해 주는 옷을 제작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들은 장애인 곁을 지키면서 더 배웠다고, 더 성장했다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뉴스1>은 그들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그리하여 장애인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딸 지민이(왼쪽)와 홍윤씨 이베이코리아 이사·협동조합 '무의' 이사장(홍 이사 제공)© 뉴스1
딸 지민이(왼쪽)와 홍윤씨 이베이코리아 이사·협동조합 '무의' 이사장(홍 이사 제공)© 뉴스1

①편에 이어…

유통업계에선 이미 유명한 얘기다.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부문 이사(46)는 중학생 딸 지민이를 키우고 있다. 13살 지민이는 하반신을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지민이는 홍 이사가 '무의'(muui)를 만든 이유였다. '무의'는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 협동조합으로 휠체어 여행기 영상물·지하철 교통 약자 전용 환승 지도 등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쯤 홍 이사는 무의 자원봉사자 20여명과 활동 방안 '휠체어 소풍지도 만들기'를 점검 중이었다. 홍 이사는 현재 무의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그는 토요일인 이날 아침부터 광화문 한 건물의 이곳 세미나실을 찾았다. 주 5일 내내 회사 업무를 모두 소화한 뒤였다.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모녀 관계"

지민이는 엄마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홍 이사는 "특별한 게 없다"며 "우리 모녀는 딸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엄마, 엄마가 한없이 편하고 친숙한 딸의 흔하고 흔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 있으면 딸에게 털어놓아요. 뭐랄까, 딸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할까요? '오늘 도심에서 지민이 너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하면 딸은 아주 '쿨한 반응'을 보여요. '엄마, 엄마, 이제는 엄마 인생을 살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어느덧 '지민이가 어른이 됐구나' 생각합니다."

지민이도 엄마에게서 배운 게 있다. '목소리를 내는 법'이다. 지민이도 엄마처럼 SNS를 이용할 줄 잘 안다. 2년 전쯤인가, 지민이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휠체어를 타는 저는 아이돌 그룹 세븐틴 공연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장애인석 티켓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딸 지민이와 홍윤희 이사(홍 이사 제공)© 뉴스1

"분명히 장애인석을 갖춘 곳인데, 공연 기획사가 장애인석 티켓을 안 푼 거예요. 세븐틴 팬들이 지민의 트위터 글을 1000건 정도 '리트윗'(공유)하면서 결국 그다음 해부터 장애인석 티켓이 시중에서 판매됐지요. 지민이가 제 나름대로 아이돌 그룹 공연장의 장애인 시설 개선에 기여한 거지요(웃음)."

홍 이사는 인터뷰 동안 "운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지민이 치료 때 휴직을 포함해 다양한 배려·지원을 해줬고 친정 부모님도 지민이를 도맡아 보살폈다. 마음씨 좋고 야무진 간병인이 홍 이사 집에 머물며 지민이 곁을 지키고 있다. 홍 이사는 "운이 좋아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운 없는 사람'들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 제가 꿈꾸는 세상"

그러나 홍 이사와 달리 운이 없는 경우라면 어떨까? 홍 이사가 사내 활동을 통해, 무의 활동을 통해 장애인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장애아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부모가 많은데 이 분들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장애아를 돌보는 데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어떤 용품을 사야하고, 어떤 용품이 필요한지조차 알기 쉽지 않죠. 지난 2016년 옥션 장애용품 쇼핑 전문관 '케어플러스'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운이 나쁜 사람도 불편하지 않는 세상, 그것이 제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홍 이사를 만난 날 무의의 자원봉사자들도 휠체어를 탔다. 그들은 휠체어로 광화문 일대를 이동하며 교통 약자가 겪는 불편을 체험했다. 이후 지도를 펴서 개선이 필요한 곳을 펜으로 표시했다. 이들은 "홍 이사가 보여준 진심에 감동 받아 무의 활동을 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민이를 낳은 후 홍 이사는 변했고 세상도 변하고 있다. 홍 이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지민이와 함께 '꿈꾸는 세상'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민이 엄마'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었다. 건물 밖 광장에서는 사회 불평등·부조리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홍윤희 이사(오른쪽 2번째)가 서울 광화문 한 건물의 한 세미나실에서 사회복지 단체 '따뜻한 동행'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2019.9.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홍윤희 이사(오른쪽 2번째)가 서울 광화문 한 건물의 한 세미나실에서 사회복지 단체 '따뜻한 동행'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2019.9.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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