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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더니 정작 '부동산 돈잔치'…손정의의 민낯?

[미국發 '위기의 위워크', 한국은?]①거액 쏟은 '위워크' 몰락…비전펀드 '거품론'
위워크 몰락에 손정의 '거품론' 급부상…위기의 '비전펀드2'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9-10-07 06:45 송고 | 2019-10-07 11:02 최종수정
편집자주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 지난 7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하지만 정작 기술기업이 아닌 '부동산 임대업'에 열을 올리다 일대 위기에 내몰렸다. 한때 '부동산계의 우버'로 불린 '위워크(WeWork)'의 민낯이 드러나면서다. 위워크의 추락은 '제2의 IT 버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독을 풀었다"고 꼬집었다. 미국발(發) 위워크 위기, 한국은 안전지대일까?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이 열린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7.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제2의 알리바바'라며 각별히 치켜세우며 거액을 투자한 위워크는 "기술기업으로 포장된 부동산 임대 차액거래 회사"라는 혹독한 비판 앞에 섰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빌딩 일부를 빌려 사무공간으로 분할해 단기 임대하는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을 내세워 고속 성장했다.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29개국 111개 도시에 진출한 상태다. 위워크는 2016년 한국에도 진출해 현재 강남역, 을지로, 삼성역 등 서울 도심과 부산 등에 20곳의 오피스를 냈다.

◇기술혁신 포장된 부동산 임대업…'돈잔치'로 키우더니 

 

한때 '부동산계의 우버'로 불리며 기업가치가 470억달러(약 56조원)로 평가되던 위워크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막대한 적자가 드러나며 하루아침에 몸값이 100억달러(약 12조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3년간 누적 손실은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작년에 16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이미 6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손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를 통해 위워크에 11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했지만, 이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올초에도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손실이 애초에 위워크의 사업 모델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였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위워크는 '공유경제' 유행에 올라타 자신들을 '기술기업'으로 포장해 투자를 받아왔지만, 사실 회원들에게 시설을 재임대하고 이용료를 받는 것 외에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WSJ는 "본질적으로 위워크는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첨단 기술로 포장된 화려한 '돈잔치'가 끝나자 부동산 시장에는 침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뉴욕 등 세계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하던 위워크는 한순간에 건물주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위워크는 이번 구조조정 여파로 신규 임대 거래를 중단한 데 이어 파산을 우려한 건물주들의 임대 계약 줄파기 압박에도 시달리게 됐다.

신용평가회사 S&P는 최근 위워크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수준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위워크 위기에 손정의 '거품론' 급부상

인간형 로봇 페퍼와 손정의 회장 © AFP=News1

위워크로 불거진 손 회장의 거품투자 논란은 그가 손댄 다른 스타트업들로 옮겨 붙고 있다. 앞서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으로 성장한 우버와 슬렉 등도 최근 상장 이후 시장의 외면을 받아 주가가 20~30%씩 폭락했다.

여기에 2016년 320억달러(약 38조원)라는 파격적인 인수가로 손에 넣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전문 회사 '암(ARM) 홀딩스'는 기대보다 미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17년 암호화폐 채굴 열풍에 기대 40억달러(약4조8000억원)에 인수했던 고성능 그래픽카드 업체 엔비디아 지분 5%도 올 1월 별 재미를 못본 채 비슷한 규모에 다시 팔았다. 손 회장의 비전과 안목에 회의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손 회장의 투자 신화는 2000년 당시 신생기업이던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에게 2000만달러를 투자해 경이적인 수익을 만들어낸 데서 시작됐다. 이후 미래를 바꿀 기술에 과감하게 베팅한다는 그의 투자 철학은 2017년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합작해 설립한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투자사들이 연이어 위기에 놓이자 손 회장의 투자 방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가 대규모 투자로 스스로 유니콘을 만들고, 이 업체들의 가치를 과대포장해 거품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제2차 IT 버블' 우려까지 나온다. 심지어 뉴욕타임스(NYT)는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독을 풀었다"며 "창업자들이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사업을 더 이상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비전펀드는 설립 후 연간 29%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투자한 회사 중 상장해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업계에선 수익률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위워크에 47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매긴 것도 지난 1월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 소프트뱅크였다.

이 같은 논란이 가중되자 손 회장이 1080억달러를 조달하려던 2차 비전펀드 계획도 위기에 놓였다. 1호 비전펀드에 450억달러를 댄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1호 펀드 수익금만 재투자하고, 1호 펀드에 150억달러를 투자한 아부다비 국영투자공사도 100억달러 밑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 마천루 점령한 '위워크' 간판…혁신 이미지 '속 빈 강정' 지적도

위워크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해 여의도 HP빌딩, 종각역 종로타워, 서울역 서울스퀘어 등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들의 간판을 갈아치웠다.

위워크는 이용료가 인근의 일반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보다 비싸지만 대형 빌딩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제공하고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국내 스타트업들의 선망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위워크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란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위워크는 10~15년 정도 빌딩 공간을 장기로 임차한다. 건물주로부터 공간을 임대해 스타트업 창업자 등 이용자들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창업이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워크가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공실'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높은 비용을 감내하며 장기임대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오히려 스타트업 보다는 대기업이라 애초에 수요가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안을 중요시 하는 국내 기업 문화상 다른 회사와 공간을 나눠 쓴다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며 "위워크가 강조하는 네트워킹도 브랜드 이미지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워크가 개방적인 문화를 선호하는 IT 기업들이 몰린 강남에 비해 보수적인 업종이 많은 강북에서 고전하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패스트파이브 등 토종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금융기관과 손을 잡거나 주거 임대 등으로 보폭을 넓혀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위워크는 현지화에 한발 늦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이번 미국 본사가 위기를 겪으면서 그나마 위워크를 지탱하던 '이미지'마저 깎여나가면 국내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