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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코믹?진지? '날 녹여주오' 아직 몸이 덜 풀렸다…반전을 기대해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9-09-29 13:24 송고 | 2019-09-29 13:26 최종수정
tvN 방송 캡처 © 뉴스1
tvN 방송 캡처 © 뉴스1
진지하게 보자니 조악한 냉동기계가 거슬리고, 마음 편히 웃자니 이들이 가진 감정이 너무 진지하다. '날 녹여주오', 아직 몸이 덜 풀렸다.

지난 28일 베일을 벗은 tvN 주말드라마 '날 녹여주오'(극본 백미경/연출 신우철)는 냉동 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녀가 미스터리한 음모로 인해 20년 후 깨어나면서 맞이하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품위있는 그녀' '우리가 만난 기적'으로 밀도 높은 이야기와 흡인력을 자랑한 백미경 작가가 판타지를 가미한 소재를 쓴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연출 역시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여우각시별'을 연출한 신우철 감독이 맡아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1화는 마동찬(지창욱 분)과 고미란(원진아 분)가 냉동기계 안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캐릭터의 서사를 풀어놨다. 마동찬은 흥행 예능을 내놓으며 스타 PD로 이름을 알렸고 같은 방송사의 아나운서이자 여자친구인 나하영과의 사랑도 탄탄대로다. '창작자'라는 자부심과 호기심에 대한 열정은 그의 특성 중 하나다. 그런 그가 꽂힌 것은 바로 냉동인간 프로젝트. 예능은 다큐가 아니라고 만류하는 국장 앞에서도 그는 '전설이 될 수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열망을 이어간다.

위험한 실험인 탓에 지원자는 없었고 결국 마동찬은 스스로 24시간 동안 냉동인간이 되는 실험에 참여한다. 이어 PD나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 여자 출연자도 필요했다. 이때 마동찬은 고미란을 만났다. 고미란은 마동찬의 프로그램에서 각종 실험을 담당했던 '실험녀'다. 취업준비생인 탓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그러다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실험녀까지 했던 것. 냉동인간 프로젝트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이 실험이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여러 질병들을 고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을 바꿨다. 지적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이 늘 그의 인생의 큰 슬픔이었기 때문.
tvN '날 녹여주오' © 뉴스1
tvN '날 녹여주오' © 뉴스1
그렇게 두 사람은 냉동기계 안에 들어갔지만 실험 종료 2시간 전. 실험을 주도하는 황갑수(서현철 분)는 의문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인해 실험은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24시간 후가 아닌 20년 후에 깨어나게 된다.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날 녹여주오'의 정체성이다.  냉동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흥미는 들지만 어떻게 즐겨야 할지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다. 단순한 코미디로 풀기에는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서사나 감정의 깊이가 깊다. 열혈 PD의 모습을 보여준 지창욱이나 동생을 끌어안고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원진아의 열연은 '날 녹여주오'의 진한 감정선을 잘 그려냈다.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 진지하게 바라보기엔 '날 녹여주오'의 그림이 그다지 진지하지 않다. 1999년 당시 풍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연출은 몰입을 깨트린다. 신경써서 준비하고 연출했다면 과거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볼 때처럼 소소한 재미를 줬을텐데, '날 녹여주오'는 당장 2회부터 시작될 2019년의 이야기에 치중하느라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 드라마의 키워드가 '추억'은 아니니 넘길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소재를 명확히 보여주는 냉동기기 프로젝트나 미스터리한 사건을 비치는 장면에는 더욱 힘을 줬어야 했는데, 냉동기기의 조악한 비주얼이나 유치한 연출은 요즘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몸이 덜 풀린 이야기와 그림이다. 어떤 모습을 강조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것 같은 인상도 준다. 2회부터는 본격적으로 20년 후에 깨어난 마동찬과 고미란,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 변화가 그려지므로 향후 전개를 기대해본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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