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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11일만에 파업 종료…‘불신·앙금’ 잔불 남아

개원 후 첫 파업에 환자들 고통…재발방지 나서야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2019-09-16 18:07 송고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 조합원들이 9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 본관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9.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 조합원들이 9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 본관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9.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올해 임금협상 결렬로 개원 이래 처음으로 지난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가 추석 연휴 직후인 16일 극적으로 파업 중단에 합의, 17일부터 정상화 된다. 그러나 11일간의 파업 기간 중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향후 재발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암센터와 노동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암센터는 17일 오전 6시부터 모든 환자의 진료를 정상화한다.

노사 양측은 △임금 총액 1.8% 인상 외 시간외근로수당 지급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임금제도 개선 위원회 구성 △복지 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에 최종 합의했다.    

박노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는 더 이상 추가 수당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오늘 마지막 협상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도 “그동안 이중으로 고통 받은 암환자분들과 국민께 참으로 면목이 없다”면서 “이제 노사가 지혜와 힘을 모아 어려운 경영 여건 등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 본관에 파업 관련 게시물이 붙어 있다. 2019.9.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9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 본관에 파업 관련 게시물이 붙어 있다. 2019.9.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파업 중 쌓인 앙금, 노사 신뢰회복 남아

노사간 합의로 파업이 종료되기는 했지만 이번 파업사태로 드러난 노사간 불신과 협상 과정에서 더 깊어진 갈등의 골은 이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파업에 돌입한 직후 병원측은 “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노조의 요구로 지난 2일부터 입원환자들에 대한 전원과 퇴원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파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암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조치를 통해 노조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또한 “양성자치료센터가 ‘필수유지부서’가 아님에도 불구 노조는 파업기간 중 X-ray 치료를 위한 추가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병원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병원측은 “파업을 장기화 해 노조를 압박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병원은 사태 해결을 위해 노조는 물론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꾸준히 사태해결을 논의해 왔다”고 반박했다.

파업 사태를 지켜보던 환자 가족 유모씨(56)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환경도 이해하고, 병원측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아픈 사람을 두고 책임 떠넘기기만 해서야 국민들이 이해를 하겠나. 이제는 서로 화해하고 환자들이 정해진 날짜에 정확히 항암치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업 5일째를 맞고 있는 국립암센터의 이은숙 원장 등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은숙 원장이 사과문을 읽는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2019.9.10/뉴스1 © News1 박대준 기자
파업 5일째를 맞고 있는 국립암센터의 이은숙 원장 등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은숙 원장이 사과문을 읽는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2019.9.10/뉴스1 © News1 박대준 기자

◇공공의료기관 직원들의 처우개선 숙제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립암센터 직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처음 만들어진 국립암센터 노조는 “그동안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려 왔다”며 애초 올해 6%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노조는 “국립암센터 간호사의 연봉은 타 의료원 10년차 간호사보다 1000만원이 적다. 또한 기준도 없는 연봉제, 수당 억제, 시차근무제 강요, 인력부족으로 인한 높은 노동 강도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근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가 제시한 ‘임금총액 1.8% 인상’(시간외 근무수당 제외) 조정안에 합의했다. 여기에 연휴기간 중 진행된 2차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수당을 포기했다.

대신 이번 파업사태로 새롭게 만들어질 ‘임금제도 개선 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병원측도 당초 ‘임금총액 1.8% 인상에 시간외근무수당 포함’을 고집하다 한 발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련부처는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파업 장기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은숙 원장은 왜 직원들이 파업에 나섰고, 왜 스스로 파업중단을 결단했는지, 직원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직원을 존중하는 국립암센터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번 파업으로 평소 530여명이던 입원환자는 전원과 퇴원으로 파업종료 직전 70여 명으로 줄었다. 또한 외래환자도 진료 연기로 평소 1500여 명에서 파업기간 700~80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항암주사실과 방사선 치료실 등 핵심 시설의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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