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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 "하시시박, 의사 연기 좋아해…매일 존중받는 기분"(인터뷰)

[N인터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9-09-10 12:17 송고
iMe©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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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봉태규가 아내 하시시박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처에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극본 송윤희/연출 박준우) 주연 봉태규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봉태규는 의사 역할에 도전해본 소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대본 받았을 때 날라리라는 설정 밖에 없었다. 대본 쓴 작가님이 의사 출신이신데 그분이 봐왔던 날라리가 아무래도 공부만 하셨던 분이라 제가 생각한 것과 차이가 있었다"며 "그래서 연기에 중점을 뒀던 건 체면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의사라고 하는 직업은 권위적인 모습이 있는데 그런 것에 있어서 체면을 없애고 의사라는 직업을 떼고 캐릭터 설정을 했다. 산업재해를 당한 피해자들, 재벌을 만나도 누굴 만나도 똑같이 대하는 톤 유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에 봉태규는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이긴 하지만 익히 봐왔던 그림과는 달리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휘할 수 있었다다. 제가 갖고 있는 선입견, 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의사여서 사고가 확 열리더라"고 덧붙였다. 

아내 하시시박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좋아했다. 의사라는 직업이다 보니까 생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내 연기, 생활 연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진찰을 하거나 전문적인 용어를 하거나 생경한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다. 다 끝나고 배우 봉태규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봉태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해줬다"며 "무엇보다도 장인어른이 좋아하셨다. 어르신들이니까 더 그랬다. 전작 '리턴'에서는 캐릭터 소개란에 재벌 3세지만 사실 쓰레기이지 않았나. 이번에는 어르신들이 보셨을 때 번듯한 직업이더라. 그런 걸 하고 내용 자체가 의미있는 작품을 해서 장인어른이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의 이야기도 전했다. 봉태규는 "일상 복귀가 바로 되더라. 아이가 둘이라 아침부터 바쁘다. 두 명의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한 명은 유치원 보내야 하고 또 한 명은 돌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들 시하에 대해서는 "사실 시하가 이 드라마를 보는 연령대는 아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끝나고 3~4개월 후에 이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는데 시하가 의문을 제기했다. '같이 가야지 왜 혼자 가냐' 이런 눈으로 본다. '아빠 혼자 뭘할 수 있냐, 못할 것 같은데' 하는 눈빛"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시하에게 아빠가 이런 걸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더니 굉장히 좋아하더라. '슈퍼맨이 돌아왔다'와는 다른 촬영 환경이고 예능은 작은 카메라로 찍는데 드라마는 큰 카메라로 찍으니까 현장 데려갔을 때 좋아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생각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이 정말 힘들다. 촬영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니까 힘들더라"며 "시하도 동생이 태어나고 어린이집 가게 되고 환경 바뀌어서 예민해졌었다. 지금도 시하가 출연한 영상 보거나 하면 저는 좋은 기억 밖에 없다. 시하에게도 좋은 추억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태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되면 배우가 연기할 때 아빠 이미지가 강해서 캐스팅 우려 있다고 들었다. '닥터탐정' 때도 제작진이 얘기했다고 하더라. 우연히 운 좋게 다행히 잘 넘어가게 돼서 너무 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전했다. 

아내 하시시박을 '아내'가 아닌 '작가'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봉태규는 "아내라는 말은 하시시박을 부부라는 틀 안에 가둬놓는 느낌이다. 남자든 여자든 개인이 존중 받아야 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까지도 결혼하게 되면 남편, 아내로 묶어 얘기한다. 아내라는 건 남편에게 속해 있는 걸 지칭하는 표현 같다. 잘못됐다는 건 아닌데 개인 존중해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사석에선 이름을 부른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작가님이라 칭한다. 존중해주는 하나의 방법일 거라 생각했다"며 "하시시박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결혼했다 하더라도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구성원 개인 개인이 존중 받았으면 좋겠다. 아들이라는 표현 보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런 것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혼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봉태규는 "저는 매일 하시시박 작가에게 존중 받는다 생각한다. 결혼 하기 전에 사회생활도 일찍해서 자기객관화가 돼 있다 생각했다. 저도 제가 괜찮지 않은 사람인 걸 알았다. 별로라 생각했다. 결혼하고 나니 생각보다 더 별로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어 "상대방은 그게 더 잘 보일 거 아니냐. 이런 나와 결혼해준 것 것만으로도 존경하게 된다"며 "최대한 가정 일을 반반씩 하려 하는데 아침에 촬영 갈 때 밥 챙겨주는 게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를 존중해주고 있구나 하고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또 드라마 모니터를 할 때도 '저기서 집중 안 했구나'라고 말해주면 '이 사람이 나를 냉철하게 꾸밈 없이 봐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봉태규는 "결혼 전엔 내 모습 인정하는 게 힘들었다. 예민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자유로워진 것 같다.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게 됐다"며 "연예인은 댓글에서부터 오만가지 얘길 다 듣는다. 내 자신을 지키기 힘들더라. 움츠러들게 되고 상처받게 되더라. 하시시박을 만나고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모습에 있어서 의연하게 대하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는 거니까 그런 게 힘이 된다. 의연하게 대처하게 되고 아닌 부분은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애정을 보였다. 

한편 지난 5일 종영한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이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건,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은 이러한 일이 잊히거나 반복돼선 안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봉태규는 '닥터탐정'에서 UDC 수석 연구원 허민기 역으로 활약했다. 허민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이커로 치장한 허세 의사로 등장해 자유분방하고 임기응변이 넘치는 처세술의 달인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 또 허민기는 15년 전의 아픈 기억을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인물로, 이후 불의의 현장을 목도하면 끝까지 파헤치는 저돌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봉태규는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감정 변화는 물론, 정의와 신념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하고 겸손할 줄 아는 허민기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며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여기에 센스 넘치는 애드리브와 유머러스한 표정, 제스처로 드라마의 강약 조절에 큰 몫을 해내기도 했다. 전작 '리턴'의 김학범 이후 다시 한 번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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