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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국제공항엔 계속 '검은 물결'…시위대 수백명 재집결(종합2보)

전날 셧다운 항공편 수백편 취소…"정상운영 노력"
시위대 점거 시위 계속…"더 많은 참여로 공항 마비"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2019-08-13 16:25 송고
13일 (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의 점거로 운항이 중단됐던 홍콩 국제공항이 운항을 재개하자 탑승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시민들의 점거 시위로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에 들어가 항공편 수백편이 취소됐던 홍콩국제공항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항은 폐쇄 하루 만인 13일 오전 6시쯤부터 운영을 재개했지만, 같은 날 오후 시민 수백명은 전날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시위대는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다시 공항을 마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AFP·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은 운영 재개 뒤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공항 운영을 정상 재개할 수 있게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지는 시위와 지연된 항공편 일정 조율 등으로 운영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날 최대 5000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들이 모여 건물을 점거한 첵랍콕 공항에선 모든 출발편 및 70편 이상의 도착편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터미널은 발이 묶인 승객과 시위대 인파로 혼란을 빚었다.

다음 날 오전 공항 대변인은 체크인 수속을 시작하고 운영을 재개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다수 항공편이 결항됐다. 공항 측은 웹 사이트를 통해 13일 비행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승객들에게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최신 비행 정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CNN은 자체 집계 결과 이날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150편 이상의 출발 항공편과 147편의 도착 항공편이 취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도 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면서 필수가 아닌 홍콩 여행은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항공편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2019.8.12/뉴스1 © AFP=뉴스1

시위대는 당초 9~11일까지 '반(反)송환법' 대규모 공항 시위를 계획했었다. 자신들의 요구조건과 시위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11일 침사추이 집회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에 맞아 오른쪽 안구가 파열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 수천명은 12일에도 공항으로 달려가 입국장을 점거했다.

밤이 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중 약 30명은 밤새도록 공항에 머물렀다. 이름을 팡이라고 밝힌 한 시위자(23)는 "우리는 사람들한테 공항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룻밤을 보냈다"며 "오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그리고 충분한 시위자로 어제 그랬던 것처럼 다시 공항을 마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계속해 집회를 이어가야 한다는 시위대의 요청에 응한 시민 수백명은 13일 오후 또다시 공항으로 몰려왔다고 AFP는 전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일정을 변경하려는 승객들 사이에서 "홍콩과 함께해 달라, 자유를 지지해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공항 이용 승객들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에게 응원을 보냈다. 광고회사 직원 맥 막(27)은 "내게 영향을 주긴 했지만 나는 그래도 그들이 뭘 하는지 알고 지지하기 때문에 상관없다"며 "정부가 형편없다. 그들은 시위대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방문하기 위해 독일행 비행 일정을 조율 중인 한 남성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에 동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홍콩을 위해 싸우고 있고 그게 그들의 견해"라며 "나는 언제라도 독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자란 사람들은 어떤가? 여기는 그들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불만을 표하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젊은 시위자와 마주친 한 호주 승객은 "취직이나 하라"고 핀잔했다. 한국 여행을 떠나기 전 홍콩을 경유하려 한 50세 남성은 "나는 그들(시위대)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그들은 내가 5시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다"며 "원하는 일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3일 (현지시간) 홍콩에서 최근 시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이 홍콩을 되돌이킬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다고 시위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단 한 가지 일은 폭력에 맞서서 도시를 재건하는 것"이라며 준법정신이 없는 시위자들의 "불법적인 행동"으로 도시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람 장관은 "홍콩이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당국은 여전히 상황을 관리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폭도 활동이 홍콩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내몰고 있다"며 시위대가 악의적인 의도를 지니고 경찰관을 공격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 같은 람 장관의 발언은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대를 향해 "테러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비난한 뒤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앞서 홍콩 시위대가 벌인 공항 점거 농성에 대해 '사실상의 테러'라며 "폭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홍콩 시위는 지난 6월 당국이 추진한 송환법을 계기로 시작됐다. 시민들은 현재 진정한 보통선거 실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경찰의 문책 등을 요구하며 10주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