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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김정주 '넥슨 2.0' 새판짜기 분주…정작 내부는 '뒤숭숭'

PC·모바일 사업부 통합 '신호탄'…개발조직, 해외사업도 손볼 전망
'던파대부' 허민, '배틀필드' 쇠더룬드…외부수혈로 조직쇄신 박차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박병진 기자 | 2019-08-09 07:30 송고
넥슨 본사 전경. © News1
넥슨 본사 전경. © News1

"회사를 둘러싼 외부 노이즈(external noise)가 없어져 직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2019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지만 10조원이 넘는 '빅딜'을 꿈꾸다 매각에 실패한 김정주 넥슨 지주사 NXC 대표가 조직 쇄신에 나서면서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8월 중 PC온라인 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6월 매각 중단 이후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내놓은 첫 쇄신안이다.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인 1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대비 8% 꺾인 9469억원에 그쳤다. 개선이 시급했지만 올 상반기 매각 작업에 묶여 조직에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

지난달 30일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넥슨은 지금까지 1등이었지만 최근 국내에서 성과를 못 낸 것도 사실"이라며 "사업부 통합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해서 진행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통합 사업부는 이 대표의 '복심'인 김현 넥슨 부사장이 이끈다. 회사 측은 PC와 모바일 플랫폼 구분없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신작을 쏟아내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모바일 게임 사업의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직개편은 해외까지 이어진다. 넥슨은 오는 8월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넥슨M' 사무실을 폐쇄하고 넥슨M과 넥슨 아메리카를 통합하기로 했다. 넥슨 아메리카가 운영해 온 디비전 파트너스 사무소도 함께 폐쇄된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 © News1

◇'던파 대부' 허민 대표 영입으로 개발조직 '새바람'

앞서 김정주 대표는 지난 1월 넥슨의 매각을 공식화하고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본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김 대표 간 매각대금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은 끝내 무산됐다.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넥슨의 약점은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겨주는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었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해 넥슨의 인기게임인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등은 모두 출시한지 15년 정도가 지난 구작들로, 현재까지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지 못한 게 넥슨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4월 이정헌 대표는 넥슨코리아 개발조직을 7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각 스튜디오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해 게임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창의적인 게임을 개발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신규 게임이 부진한데다 스튜디오 대표들이 연달아 회사를 떠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적임자로 '던파 대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영입하는 카드를 꺼냈다. 허 대표는 넥슨 고위직을 맡아 개발조직 개편 등을 주도할 전망이다. 이미 네오플 매각과 위메프 창업 등으로 충분한 업적과 재력을 쌓은 허 대표는 내부 조직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과감하게 '넥슨 2.0'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허 대표 영입 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과감히 정리해 나갈 전망이다. 올해 들어 넥슨은 모바일 게임 '리터너즈', '히트',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메이플블리츠X'와  PC온라인 게임 '니드 포 스피드 엣지', '배틀라이트', '어센던트 원' 등의 서비스를 줄줄이 종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덩치는 국내 최대 게임사지만 내실 부족으로 몸값을 못한 넥슨을 재정비해 다시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넥슨 자회사로 편입한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의 신작 컨셉아트(출처 : 엠바크 홈페이지)© 뉴스1
넥슨 자회사로 편입한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의 신작 컨셉아트(출처 : 엠바크 홈페이지)© 뉴스1

◇'배틀필드' 이끈 스타개발자 앞세워 서구권 시장 공략

넥슨 국내 조직 쇄신의 '키맨'이 허 대표라면, 해외쪽은 일렉트로닉아츠(EA)에서 '배틀필드' 시리즈를 이끈 세계적인 스타 개발자 패트릭 쇠더룬드가 꼽힌다.

넥슨은 쇠더룬드가 세운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주식을 전량 매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쇠더룬드는 지난 3월부터 넥슨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엠바크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은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엠바크는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쌍방향 게임 콘텐츠와 가상의 온라인 세계 구축 등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는 현재 첫 번째 온라인 게임을 개발 중이다.

쇠더룬드는 같은 EA 임원 출신인 일본 넥슨의 오웬 마호니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넥슨은 해외에서 이름값이 높은 쇠더룬드가 이끄는 엠바크를 중심으로 서구권 사업을 재편할 방침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 2019'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넥슨 제공)© 뉴스1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 2019'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넥슨 제공)© 뉴스1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다" 선긋는 넥슨…직원들은 '뒤숭숭'

올 상반기 매각 추진을 지켜보며 뒤숭숭한 시간을 보낸 넥슨 직원들은 조직쇄신 움직임에 바짝 긴장한 상황이다. 조직을 슬림화 하는 과정에 인력 감축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개편 사실이 알려진 뒤 게임업계 일각에선 넥슨이 감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측은 "게임업체에서 조직개편은 수시로 일어난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정헌 대표도 기자들에게 직접 "사업통합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감원설을 일축했다.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지회장은 "일단 회사 공식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직원들 분위기가 좋진 않다"며 "노조 차원의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회사가 발표를 앞둔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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