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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봉오동 전투', '동강 할미꽃' 멸종시켰다? '팩트 체크'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08-07 08:43 송고 | 2019-08-07 09:32 최종수정
'봉오동 전투' 스틸 컷 © 뉴스1
'봉오동 전투' 스틸 컷 © 뉴스1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환경 훼손 벌금 및 과태료 강화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를 겨냥한 청원이 올라왔다. '봉오동 전투'가 강원도 생태경관보전지역인 동강의 할미꽃 집단 서식지를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일부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영화의 환경 훼손 관련 기사 링크와 함께 '동강 할미꽃 자생 지역이 훼손됐고 복구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그 뿐 아니라 이 게시물들은 '영화 봉오동 전투 촬영팀의 만행'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커뮤니티에 확산됐다.

'동강 할미꽃'은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이다. 영화 촬영으로 인해 훼손됐고, 이후 복구까지 불가능해졌다면 크게 책임을 물을만하다. 그럼 '봉오동 전투' 촬영으로 '동강 할미꽃'이 훼손을 넘어 사실상 멸종됐다는 주장은 정말 사실일까.
시민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사무국장은 지난 5일 뉴스1에 "온라인에서 언급된 '동강 할미꽃'은 일반 할미꽃과 달리 석회암 절벽에서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를 촬영한 곳은 일반 할미꽃 서식지며 '동강 할미꽃'의 서식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할미꽃'이 복구 불가능한 정도로 훼손됐는지에 대해서는 "멸종이라고 다른 분들이 그렇게 언급했다. 멸종이라 단정짓기 어렵다. '멸종'이라면 그 지역에서 할미꽃이 자생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는 말인데 올해 4월에 해당 지역에 갔을 때 할미꽃이 다시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금호 사무국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애초 '봉오동 전투' 측의 자연 훼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제작사 더블유 픽처스에 대해 책임을 촉구한 곳이다. 김 사무국장은 "일반 할미꽃이라고 해도 동강 지역 강변의 일반 할미꽃은 다른 지역과 달리 보존 가치가 높은 서식지이며, '봉오동 전투' 촬영 중 훼손된 것은 맞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더블유 픽처스가 환경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최근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환경 훼손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환경청에서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 얘기했음에도 불구, 언급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해 확산시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훼손됐던 할미꽃 서식지는 복구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김 사무국장은 "원주지방 환경청으로부터 원상복구 하라는 명령을 받고 환경청 공무원 입회 하에 복구 작업이 완료됐다"면서 "계절적으로 촬영 시기가 겨울이라 정확하게 얼마만한 면적에서 할미꽃이 훼손됐는지 확인은 불가능했다. 복구 후 확인했을 때 다른 강보다 개체수가 적기는 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내셔널트러스트를 비롯한 환경단체와 쇼박스 관계자들은 사건 후 영화 촬영현장의 환경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작업을 하기로 했다. 쇼박스가 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의 위임을 받아 진행한다.

김 사무국장은 "원신연 감독과 더블유 픽처스 관계자, 쇼박스와 이런 문제는 자연 환경 현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이드라인이 없어 발생했다는 데 공감했다. 조만간 회합을 통해 각각의 항목에 대해 윤리 강령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김 사무국장은 개봉 전 불타올랐던 '봉오동 전투'의 환경 훼손 논란 이슈에 대해 "이런 식의 관심은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물론 더블유 픽처스가 환경에 행한 것도 큰 문제라는 의식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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