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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돌아온 '시인 장정일'…'꼴리는 대로' 쓰는 건 여전

[신간] 눈 속의 구조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8-04 09:10 송고
장정일 작가./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마지막 시집을 낸 지 28년이 지났지만 '시인' 장정일(57)은 여전히 파격적이었다. 장정일이 20대에서 50대가 된 만큼 시에서도 그 세월의 성숙함이 드러나진 않을까 예상했지만, 역시 예상을 벗어났다.

"나는 문예지를 볼 때(2019년 기준) 시인들의 약력부터 보고, 1990년생 이전 태생이라면 거들떠도 안 봐. 등단한 지 10년만 되면 모조리 폐닭, 쉰내 나는 쉬인이지.(중략) 예, 예, 꼴리는 대로 부르셔요. 나는 
김수영
장정일입니다. 포르노 작가라고 비웃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올시다."('양계장 힙합' 중)

중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한 장정일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던 시인은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정일은 소설 '아담이 눈뜰 때'를 발표한 이후 약 30년간 시인의 삶을 살지 않았다. 장정일은 그 사이 소설을 썼고, 희곡을 썼고, 평론을 썼다. 장정일이 정말 시인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시인의 삶은 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시집만 내지 않았을 뿐.

© 뉴스1

장정일은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음란성 시비로 출간 즉시 출판사에 수거됐고, 장정일은 구속, 수감됐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추후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돼 다시 음란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장정일은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이번 시집에서도 "나는 당신의 발가락을 빨았"고 "당신의 항문을 핥"는다. "나는 당신이 오줌을 먹여 키우는 피조물"이기도 하면서 "당신은 내 엉덩이에 매질을" 하기도 한다. 그의 표현들은 다소 거칠어 보일 수 있지만, 단어가 아니라 시 자체를 이해하려 노력하다보면 결국 시는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게 변했지만 정작 장정일의 시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우리는 변하지 않고 장정일만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고 해서 통쾌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장정일의 시에서는 그런 통쾌함이 느껴진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시이지만, 적어도 장정일의 한결 같음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인 건 확실하다. 또한 시집에는 다른 시집들과 달리 추천사도, 해설도 없다. 장정일 답다는 생각이 든다.

장정일의 주요작으로는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서울에서 보낸 3주일' '통일주의', 소설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보트하우스' 등이 있다. 희곡은 '실내극' '도망중', 산문집은 '펄프에세이'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 등이 있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