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정치 >

뜨거운 감자 '호르무즈 해협'…정부, 파병여부 고심

美, 이란과 갈등에 동맹국 '호위 연합체' 구성 추진
정부, 파병 쪽에 무게 쏠리나 해결과제 '산적'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19-07-30 17:24 송고 | 2019-07-30 18:00 최종수정
걸프만 호르무즈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 로이터=뉴스1
걸프만 호르무즈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 로이터=뉴스1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 측에도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파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파견 대상으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퇴치와 상선보호 임무를 맡고 있는 청해부대 29진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란과의 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파병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긴장의 중심' 호르무즈 해협…미-이란 갈등의 격전장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 평가받는 곳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오만의 중요한 운송로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이곳을 지나며 한국으로 들여오는 원유의 70~80%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 해협의 너비는 약 50㎞지만 수심을 고려할 때 실제로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곳은 3∼4㎞에 불과한데 그중 가장 좁은 구간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지역의 정세가 악화될 때마다 항상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란은 이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삼아 이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 지역이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배경은 핵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 폭격기 편대 증파를 시작으로 유조선 4척 피습(5월 2일), 유조선 2척 피습(6월12일),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6월20일), 미군의 이란 무인기 공격(7월18일) 등 호르무즈 해협은 주로 부정적 이슈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이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자 이란의 불만은 점점 커졌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이유로 최근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이 왜 아무 보상도 못 받고 다른 나라를 위해 원유 수송로를 지켜줘야 하느냐, 이제 스스로 지키라"고 언급한 뒤 구체화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이 한국측에도 연합체 참여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요청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비공식적으로라도 관련된 협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덴만의 청해부대, 호르무즈 해협으로?…해결과제 산적

미국의 '동맹국 파병' 요청에 대비해 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위체 동참 여부가 동맹 관계의 평가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미 간의 공조가 중요한 우리 입장으로선 미국의 요청을 쉽사리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김연철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파병을 시사하기도 했다.

26일 경남 거제도 인근 해상에서 파병 출항을 앞둔 청해부대 30진이 '해적대응 민관군 합동훈련'을 진행한 가운데 해군 특수전 대원(UDT/SEAL)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공격팀이 피랍 상선을 모사한 함정 내부를 수색하며 내부진압작전을 전개하고 있다.(해군 제공) 2019.7.26/뉴스1
26일 경남 거제도 인근 해상에서 파병 출항을 앞둔 청해부대 30진이 '해적대응 민관군 합동훈련'을 진행한 가운데 해군 특수전 대원(UDT/SEAL)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공격팀이 피랍 상선을 모사한 함정 내부를 수색하며 내부진압작전을 전개하고 있다.(해군 제공) 2019.7.26/뉴스1

군 당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퇴치와 상선보호 임무를 맡고 있는 청해부대 29진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을 호르무즈 파견 대상으로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조영함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덴만은 아라비아 반도 남쪽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이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호르무즈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파병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이란과의 관계 악화, 국내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전쟁 명분을 두고 국제적 지지 여론이 형성돼 있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도 있었지만 호르무즈 분쟁은 국제적 지지 기반이 약한 만큼 파병을 하면 다른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보 진영에서는 호르무즈 파병이 우리나라에 별 소득은 없고 손해만 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정부로서는 민심을 살피는 일이 중요해졌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병을 한다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심상정 대표도 30일 상무위원회 워크숍에서 "이란 핵협정에 공동서명한 나라들이 외교적 중재에 집중하고 있는 마당에 섣부른 파병은 중동 정세의 파국을 불러온다"며 "청와대가 국익을 기준으로 결정하겠다는데 성급한 파병 논의가 과연 국익인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위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자 반미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고 진보세력들이 지지 철회를 선언하고 규탄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최근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독도 영공 침범으로 우리 안보의 또 다른 위협으로 떠오른 중국과 러시아가 언제든 이란 편을 들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다각도의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ggod6112@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