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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예외조항이 뭐죠?"…'9·13' 실수요자 예외조항 유명무실

은행 창구선 별거봉양 등 실수요자 예외 대출 거부
금융당국 "은행 정책 전달 체계 문제…상황 파악 나설 것"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김도엽 기자 | 2019-07-30 06:05 송고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DB) 2019.7.4/뉴스1
서울 아파트 모습. (뉴스1 DB) 2019.7.4/뉴스1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자가(1주택)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모씨(42)는 전남에 거주중인 모친을 근처 별거봉양 형태로 모시고자 대출 상담을 받았다. 동작구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대출규제지역으로 분류됐지만 별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규제지역 내 주택보유자더라도 60세 이상 부모를 모시기 위해(별거봉양 가능)서라면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남지역 부모님 주택을 판 금액과 김씨 본인 명의 신규 주택담보대출금을 합쳐서 근처에 집을 매입할 계획이었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매입할 주택이 공시가격 9억원(고가주택 기준) 미만이면 예외조항을 활용해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는 '대출불가'라는 답변만 받았다. 심지어 대다수의 창구 직원들은 그런 예외조항이 있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창구 대부분에서는 실수요자 보호방안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이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대출을 거절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부의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잘 지켜지는지 뒤늦게나마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30일 <뉴스1>이 서울 중구, 영등포, 관악구 지역 시중은행 영업점 7곳을 방문해본 결과, 모든 영업점이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었고, 대부분 예외조항이 있음을 확인한 이후에도 대출을 거부했다. 대출을 거부하지 않은 지점은 A시중은행 영업점 단 한 곳에 불과했으며 이 곳 역시 본점에 확인한 뒤에야 조건이 맞으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9·13 대책 발표 당시 정부가 대출규제 예외로 인정한 실수요자 보호방안은 △서민·중산층의 '내집 키우기' 희망에 따라 거주지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2년 이내 기존 주택 처분 조건) △1주택자가 결혼, 동거봉양(60세 이상 부모)을 위해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을 일시적으로 신규로 취득하는 경우(2년 내 처분) △학교 취학이나 근무상 형편, 1년 이상의 치료나 요양, 학교폭력 등에 의해 규제지역으로 이사해야하는 경우(2년 내 처분) △타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부모를 본인의 거주지 근처로 전입시켜 봉양(별거봉양)하려는 경우 등이다.

이 중에서도 '타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부모를 본인의 거주지 근처로 전입시켜 봉양(별거봉양)하려는 경우'에는 1주택 보유세대라도 규제지역 내 실수요 목적으로 보고 주택구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가장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대다수의 영업점에서는 "서울은 규제지역이라 1주택자가 새 주택을 구입할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영등포 소재 B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별거봉양 등에 대한 예외조항을 발표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지점에선 1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예외조항은 2년 이내 처분 조건하에 이사 가려는 경우여서 이 경우에만 확인을 거쳐서 대출을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은행도 처음엔 "그런 예외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봐야한다"며 지점장과 상의한 뒤 "이런 예외조항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죄송하지만 우리 지점에선 대출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발표한 예외조항을 확인했음에도 대출 집행을 거부한 것이다. C은행의 또다른 영업점에서도 같은 반응이었다.

예외조항을 확인하고도 대출을 거절한 것은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본점 가계여신부문 담당자는 "별거봉양 등에 의한 실수요자 보호안을 적용받기 위해선 대출 취급 전후 3개월 이내에 전입증명원만 제출하면 된다"면서 "3개월이 지난 뒤 신규대출을 받아 매입한 집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출을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거봉양 예외조항뿐만 아니라 7곳 중 4곳에서는 '분가나 세대분리 없이 직장근무 여건 등으로 불가피하게 2주택을 보유해서 실거주하는 경우' 조항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투기가 아닌 실 수요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방안을 마련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은행 내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확인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각 영업점 직원들까지 전달이 안된 것이 아닌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같이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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