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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관장 최초 유튜버 임상우 대사 "있는 그대로가 인기비결"

'마다가스카르대사' 채널 개설 6개월만 구독자 천명
"주로 퇴근후 편집…국민과 함께하는 외교 실현 기대"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9-07-27 14:38 송고 | 2019-07-28 16:56 최종수정
출처=임상우 주마다가스카르대사(46)의 유튜브 채널 '마다가스카르 대사' .© 뉴스1
출처=임상우 주마다가스카르대사(46)의 유튜브 채널 '마다가스카르 대사' .© 뉴스1


"마다가스카르에서 한국음식을 찾는건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엔 한식당이 다섯 군데나 있구요"
낯선 미지의 땅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마다가스카르 대사'. 여행사나 아프리카 관광청에서 하는 홍보용 채널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이 채널의 운영자는 임상우 주마다가스카르 대사(46)다.

현직 공관장 최초 유튜버인 그의 채널은 개설 6개월만인 최근 구독자 1200명을 돌파했다. 이달 초에는 1000명 돌파 특집으로 인기 유튜버면 다 한다는 'Q&A' 영상도 올렸다.

컷 편집이나 자막 같은 흔한 기교 하나 없는 이 영상에서 그는 집을 배경으로 구독자들이 댓글로 남긴 질문에 직접 답을 한다.

"파견국은 어떻게 정해지나요?","어떤 민원을 주로 받으시나요?" 등 업무에 관련된 질문부터 "외로움은 어떻게 견디세요?", "해외 파견 때마다 가족들과는 떨어져 계시나요?" 등 사생활에 대한 질문까지 모든 질문에서 그는 편안한 옷차림만큼이나 거리낌없이 답변을 이어간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전형적인 외교관의 이미지와는 동 떨어진 그는 6개월 동안 올린 총 14개의 영상에서 최연소 대사의 일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선 출근길부터 마다가스카르 장관과의 만남,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 등이 담긴 영상에 구독자들이 댓글을 달면 일일이 답도 한다.
방탄소년단(BTS) 티셔츠를 입고 현지 한류 행사에 참석하는 임 대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마다가스카르 공영 방송의 K-POP 특집 생방송 대담프로에도 소개됐다. 그는 이 생방송 프로에 직접 출연해 녹화 당시 상황까지 유튜브로 올렸고, 이 영상은 1만 8000뷰를 기록했다.

임 대사는 뉴스1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튜브를 시작한 목적에 대해 "작년 초대 대사로 발령을 받고 마다가스카르라는 나라와 대사관의 활동을 우리 국민에게 좀 더 잘 알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전통적인 대사관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운영 등으로는 많은 한계를 느꼈다"며 그러다 "가성비 좋은 홍보수단"으로 유튜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설치된지 3년밖에 되지 않아 늘상 인력이 부족한 신설 공관. 홍보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무턱대고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할 만한 예산도 없었던 상황에서 작년 12월 서울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 참석 계기 찍은 외교부 공식 유튜브 채널의 '임상우 주마다가스카르대사를 만나다' 영상이 예상보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수 3만뷰를 돌파했다.)

임 대사는 "유튜브에 대해 공부를 좀 해 보니까 완전히 새로운 유튜버들의 세계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거다 싶어서 올해 초 ‘마다가스카르 대사’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유튜버로 데뷔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 1월 올린 첫 영상 'BTS티셔츠를 입고 나온 마다가스카르 대사, 마다가스카르의 뜨거운 케이팝 현장에 같이 가요~'의 한 장면.  © 뉴스1
그가 지난 1월 올린 첫 영상 'BTS티셔츠를 입고 나온 마다가스카르 대사, 마다가스카르의 뜨거운 케이팝 현장에 같이 가요~'의 한 장면.  © 뉴스1

그는 "처음엔 누가 마다가스카르에 관심을 갖을까 저 스스로도 의구심이 있었는데 의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제 채널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좀 놀랐다"며 "대사가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좀 근엄하게 폼 잡는 것(?)을 잘 못해서 있는 그대로를 찍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조직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편인 외교부에서 현직 공관장 최초 유튜버가 되는데 가족들의 걱정이나 만류는 없었냐고 묻자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제 아내는 원래 쿨한 성격이어서 별 반응을 안보였다"며 "그래도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전에 아내의 사전 검열(?)를 받는데 아내가 가차 없는 비판을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임 대사의 아내 역시 외교관으로 현재 마다가스카르 유니세프 사무소에서 전문연수 중이다.

투잡이 된 그는 주로 대사관에서 퇴근한 후 집에 와 밤 시간에 편집을 한다. 각각 8살, 10살인 두 아들이 자고 난 뒤에야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는 탓에 첫 영상(마다가스카르의 뜨거운 케이팝 현장에 같이가요)의 경우 거의 한 달을 매달렸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영상 하나를 편집하는데 약 3~4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아빠를 따라 장래희망이 유튜버인 아들들이 이제는 가끔씩 편집을 도와주기도 한다고.

"장래 희망이 외교관인 초중고등학생들도 제 채널을 보는데, 학생들에게 외교를 보다 쉽게 알려줄 수 있는 컨텐츠도 개발해보고자 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그에게 제법 프로 유튜버의 진지함이 묻어난다.

임 대사는 "현직 공무원 신분이라 원칙적으로 유튜브로 수익을 내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익을 내서 마다가스카르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포부도 밝혔다. 그의 채널은 최근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넘어 유튜브 수익 창출 요건을 거의 달성한 상태다.

임 대사는 "예전에는 보통 외교라고 하면 굳게 닫힌 문 뒤에 외교관들이 비밀스럽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서 국민이 외교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며 "유튜브를 통해서 말 그대로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를 실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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