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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데이터는 노동력…공짜로 IT공룡 주머니 불리면 문제 아냐?"

美서 'IT공룡 공짜 데이터 싹쓸이' 반발 움직임
의회서도 '데이터 가치' 관련 법안 발의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19-07-26 10:03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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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과 검색, 즐겨찾기 추가, 글쓰기, 쇼핑…….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이런 귀중한 데이터는 거의 공짜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IT 대기업의 주머니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IT 공룡들은 수많은 이들의 온라인 활동 정보를 수확하고 이를 재료삼아 다양한 상업 활동을 하면서 이익을 창출한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IT 공룡들이 이처럼 사용자 데이터를 '공짜'로 쓸어담고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의 가치'를 분석하는 경제학자 로버트 셔피로는 NYT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를 예로 들면서 "GM이 철강과 고무, 유리 등을 투입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자. 대형 인터넷 기업들에게도 (데이터가) 그런 재료다. (그들 입장에선) 달콤한 거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공짜 데이터 수집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학자와 경제학자, 기술자, 국회의원 등 다양한 집단으로 이뤄져 있다. 정치 성향도 중도 진보주의자에서 자유시장을 선호하는 보수주의자까지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 데이터의 가치'를 연구한다. 개인 사용자가 자신의 온라인 데이터를 더 좋은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공개적인 논쟁에 불을 붙이려는 의도다. 다른 이들은 효율적인 데이터 시장을 창출하고 IT 공룡들이 '디지털 부'(富)를 반환하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를 거래 가능한 자산이나 노동력으로 인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의원과 집권 공화당 소속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대형 IT 기업들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정기적으로 알리고 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포기하고 있는 데이터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워너 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엄청난 힘의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태를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 © AFP=뉴스1
마크 워너 상원의원. © AFP=뉴스1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같은 무료 데이터 수집 행위가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은 거래라고 보는 건 아니다. 에릭 브리뇰프슨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교수는 지난 2012년 논문에서 "무료 인터넷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이익은 미국에서만 1000억달러가 넘는다"고 추정했었다.

하지만 대형 IT 기업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감안했을 때, 데이터 수집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를테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또는 아마존에 제공되는 온라인 활동 단순한 관심이나 선호도 조사를 넘어서서 광고를 목표로 하고, 더 나아가 사용자들의 온라인 행동을 분석하고 얼굴인식과 같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원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의 온라인 활동 데이터 가치를 책정하는 일은 까다롭다. 경제학자 셔피로는 미국 IT 기업들이 작년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760억달러를 지불했으며 이 비용이 미래에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셔피로는 정부가 개인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들로부터 50% 수수료를 징수하면 미국의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하거나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을 개인 사용자들에게 지불하면 1인당 122달러가 된다.

이미 개인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수집·확보하고 판매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들은 보안과 접근 통제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

급진적인 '표준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경제학자 글렌 웨일은 "데이터는 노동력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 같은 데이터 판매 기업들이 개인 데이터 중개업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웨일은 "이런 조직들은 (사용자들의) 구매와 여행, 건강, 취미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다"면서 "기업에 질병을 치료하거나 언어를 번역하는 AI 시스템을 개선할 때 쓰이는 데이터에 접근하려 할 때 그 가격을 협상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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