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60세 젊은이' 농촌에선…"불법체류자도 아쉬워요"②

지난해 체류 외국인 중 불법체류자 10% 넘어
단기비자 있지만 역부족…"양지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이봉규 기자 | 2019-07-25 05:03 송고 | 2019-07-25 10:31 최종수정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의 한 고갯길에서 발생한 승합차 전복사고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을 우려해 사라진 태국 노동자 3명 중 A씨(36·여)가 24일 오후 충남 홍성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19.7.24/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의 한 고갯길에서 발생한 승합차 전복사고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을 우려해 사라진 태국 노동자 3명 중 A씨(36·여)가 24일 오후 충남 홍성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19.7.24/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지난 22일 충남 홍성군에서 경북 봉화군까지 파종작업을 하러 가던 중 강원 삼척에서 전복사고로 4명이 숨지는 등 모두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농촌은 급격한 고령화와 고임금 문제가 찾아오면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농촌지역 어디서든지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공장, 축사, 농장, 공사장에서 어려운 일을 도맡아 오면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중 불법체류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36만7607명이다. 그중 10%가 넘는 26만4004명이 불법체류자다. 2017년 기준 16만7140명보다 63% 급증한 수치다.

불법체류 노동자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노동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모씨(52·충남 홍성군)는 "농촌에서는 내국인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 불법노동자를 고용한다"며 "불법체류자들이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자는 내국인의 직업소개를 받고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경우에 가능하다. 또 외국인 구직자 명부에 등록된 사람 중에서 채용해야 한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특례사업 중 하나인 농업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계절적 수요에 맞춰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단기취업비자(C-4)를 발급하고 3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제도는 신청 주체가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이기 때문에 전국 시·군별로 도입 현황이 다르다. 이마저도 기간이 짧아 숙련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삼천 전복사고 당시 탑승했던 태국국적 노동자는 모두 9명이었다. 2명은 사고 직후 숨졌고, 3명은 중상을 입고 삼척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1명은 경상자로 퇴원했고, 나머지 3명은 현장에서 잠적했다. 잠적한 3명 중 중상을 입은 1명은 홍성군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등의 설득으로 사고 이틀 뒤인 24일에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숙 홍성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불법체류자들이) 음성적으로 지내면서 사고가 생기다 보니 인권까지 유린당한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양성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딱지다. 지난해에는 미얀마 노동자 중 한 명이 법무부의 미등록체류자 단속 중 7.5m 공사장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고도 있었다. 이번 삼척 사고에서 잠적한 이들은 상처를 입고도 70대 할머니들을 구하고 잠적했다. 이들이 잠적한 이유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sewryu@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