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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현장] 영화로 부활한 '김복동' 할머니, 그 뜻을 기리다(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07-24 17:20 송고 | 2019-07-24 17:55 최종수정
'김복동' 포스터 © 뉴스1
'김복동' 포스터 © 뉴스1

"김복동 할머니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로 같이 싸워야 합니다."(미디어몽구)


영화 '김복동'의 시사회장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운동가로서 김복동 할머니와 뜻을 함께 했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교류한 이들이 함께 했다. 그 때문인지, 이들은 때로는 눈물을 흘렸고,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할머니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근황에 대해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김복동'(송원근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송원근 감독과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미디어몽구(김정환)가 참석했다.

'김복동'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90세 넘는 고령에도 전 세계를 돌며 일본에 위안부 문제의 사죄를 요구했던 김복동 할머니의 27년 여정을 정리한 영화다.

이날 송원근 감독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영화의 형식으로 남기게 된 계기에 대해 "김복동 할머니의 삶 자체가 단순히 피해자로만 살다가 가신 게 아니라 피해자 넘어서 인권운동, 평화운동을 하시면서 거의 자신을 버리다시피 하시면서 싸우다 돌아가셨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할머니 얘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할머니가 암 말기라는 것 때문이었다"라며 "암 말기에 그렇게 처절하게 싸운 할머니는 찾고 싶었던 게 무엇일까, 그걸 찾고 싶어서 이걸 해봐야겠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는 자신의 잃어버린 시절을 할머니가 잊고 있다가도 돌아가시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할머니의 마지막 활동에서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할머니에게 감정이입을 해봤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와 미디어몽구 등 할머니의 지근거리에서 삶을 기록해 온 이들의 영상이 담겨있다. 그 때문에 노구를 이끌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해 온 인권 운동가 김복동 너머로, 꿋꿋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일상을 살아갔던 기개 넘치는 여성 김복동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미디어몽구는 김복동 할머니가 자신을 '손주'로 받아들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많이 챙겨주셨다. 활동이나 캠페인을 다녀오면서도 선물이나 그런 것을 사오시고, 필요한 것을 알면 말없이 있어도 어떻게 알고 선물로 사오셨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마지막 병상에서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진짜 살고 싶어하셨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본인은 가기 싫다, 죽기 싫다고 하면서 살고 싶어하셨는데 그 말씀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고 알려 좌중으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또 "(할머니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다음 생에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으시냐고 여쭤봤더니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말이 가장 가슴이 아팠다.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 말씀이었다"고 말하며 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이 영화를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전세계 관객들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시민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공격하고, 피해자 증언을 거짓이라고 하고, 할머니들의 증거를 폄훼하고 명예 훼손하는 우익들의 목소리도 '김복동'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력 분쟁지역 생존자들이 이 영화를 꼭 보도록, 불어, 스페인어로 영화를 만들어 우간다 콩고 나이지리아 등 나비 기금이 날아간 그 지역의 여성들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 언니, 선배처럼 저렇게 살고 싸우면 좋은 세상을 만나지 않겠는가 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그 여성들이라도 느끼게 되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윤미향 대표 역시 영화 속에서 할머니와 오랜 우정을 나눴던 인물. 그는 "평화의우리집 소장님, 반장님, 팀장님, 활동가들이 함께 한동안 할머니 방에서 지냈다. 할머니 방을 떠나는 자체가 어려워서 저 같은 경우도 출장 말고는 외박을 안 하는데, 할머니 보내고 나서는 몇박 며칠 할머니 방에서 집에도 가지 않고 지냈다"고 회상했다.

윤 대표는 "할머니는 상처 입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셨다. 그래서 내년에 우간다에 글루라고 우간다 내전에서 성폭력 피해 입은 생존자들이 사는 지역이다. 그 글루에 김복동 센터 만드려고 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 김복동센터는 만평 대지에 자활센터, 농경지, 추모관 등의 시설이 세워질 예정이다.  

윤 대표는 "김복동 할머니의 부재가 부재로 느껴지지 않고 역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 우리 세대들에게도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정신을 강조했다.

이번 영화는 한지민이 내레이션으로, 가수 윤미래가 OST에 참여했다. 영화의 상영 수익은 전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는 8월8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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