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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2번 울리는 무고죄…10명 중 8명 '불기소' (종합)

성폭력 무고 피의자 수, 성폭력 피의자 1% 수준 못미쳐
전체 범죄 대비 성폭력 무고죄 무죄율 높아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9-07-19 17:29 송고 | 2019-07-19 17:34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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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무고 피의자의 수가 성폭력 피의자의 0.78% 수준인 반면, 무고죄로 고소당한 성폭력 피해자의 10명 중 8~9명은 불기소 처분되는 등 가해자에 의한 무고 고소가 오히려 남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5층 회의실에서 '성폭력 무고의 젠더분석과 성폭력 범죄 분류의 새로운 범주화'라는 주제로 제117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열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폭력 사건의 무고와 관련된 통계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2018년 검찰이 처리한 사건 중 죄명에 '무고'가 포함된 사건을 골라낸 뒤 다시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 피의자인 사건 1190건을 추출해 분석했다.

이 기간 검찰의 성폭력 범죄 사건 처리 인원수는 총 8만677명으로 중복 가능성이 있는 타관 이송 8937명을 제외하면 7만1740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556명에 불과해, 성폭력 가해자의 0.78%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폭력 가해자가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의 84.1%는 불기소되는데다 기소된 사건 중에서도 15.5%는 무죄 선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무고죄로 고소된 사례 중 유죄로 확인된 사례는 전체의 6.4%에 그치는 것이다.
전체 범죄와 비교했을 때에도 성폭력 무고죄의 무죄율은 높게 나타났다. 형사 1심과 2심의 무죄율이 각각 0.7%, 1.6%에 불과한 반면 성폭력 무고죄의 무죄율은 6.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무고죄의 피의자가 되는 경우도 151건 있었는데 가족·친척이 37.1%(5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53명이 가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했으며 52명이 불기소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주변인을 고소·위협함으로써 피해자가 피해 주장을 지속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성폭력범죄 피의자 중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 사례는 극히 적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나 증언을 막기 위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거나, 가해자의 변호사가 무고 고소를 부추기는 현상은 큰 문제"라고 짚었다.

성폭력 무고 사건의 유형을 보면 간음·강간·강제추행 관련 사건이 80.6%(959건)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피해자의 증언 외 다른 증거가 없어 성폭력 범죄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되는 비중이 크고, 그 경우 무고죄 고소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폭행과 협박을 동반하지 않았지만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의 경우에도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은정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이와 관련해 "수사실무상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인지하려면 단순히 성폭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피해자의 피해사실 진술에 명백한 허위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한 것을 성폭력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한국의 성폭력 법령체계상 이를 성폭력으로 기소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무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의 성폭력 법령체계에서 피해자가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는 지점과 법률이 성폭력이라고 인정하는 간극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성폭력 수사와 재판과정을 관통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성폭력 무고 수사과정에서도 여전히 적용되어야 할 원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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