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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IT급소 찔렸는데, 철강 급소 찌른 지자체

제철소 고로 블리더 개방 관련 행정처분 진행중
철강 생산 차질시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피해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2019-07-11 07:00 송고 | 2019-07-11 09:31 최종수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3종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로 IT산업에서 급소를 찔린 한국이 또 다른 핵심산업인 철강산업에서도 급소를 찔릴 위기에 놓여 있다. IT산업에서는 외부로부터 충격이 왔다면, 철강산업에서는 내부로부터 충격이 오고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지역 내 자리잡은 제철소 고로(용광로)의 조업 중단 행정명령을 내렸거나, 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현대제철 고로 조업 중단 명령

충청남도는 지난 5월 30일 현대제철이 고로 블리더 개방으로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당진제철소 고로 조업을 7월 15일부터 10일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블리더 밸브(Bleeder Valve)는 고로에서 이상공정 발생시 개방돼 고로 안의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고로에 설치된 안전장치다. 블리더 밸브를 고로 정비시 열지 못하면 고로 안에 쌓인 가스가 폭발 또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포스코(POSCO)도 같은 이유로 4월 24일 전라남도로부터 광양제철소 고로에 대해, 5월 27일에는 경상북도로부터 포항제철소 고로에 대해 각각 조업정지 10일 사전통지를 받았다. 이에 현대제철은 충남도의 행정처분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포스코도 현재 전남도와 경북도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행심위는 지난 9일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행심위는 “제철소 공정 특성상 조업이 중단되는 경우 청구인의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필요성이 긴급하다”면서 현대제철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현대제철로서는 한숨을 돌렸지만 ‘조업정지 처분 취소심판’의 본심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고로 조업 중지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고로 조업정지가 이뤄지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조업정지 처분 취소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장은 “현대제철이 청구한 조업정지 처분 취소심판과 관련해 현장확인, 양 당사자 및 관계기관 구술청취 등 충분한 조사과정을 거쳐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업정지 처분 취소심판은 최대 6개월 이내에 결정이 나고, 단심으로 결정된다.

포스코는 현재 지자체의 고로 조업 중단 행정처분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전남도와 경북도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청문회는 옵션 사항인데 전남도에서는 이미 진행이 됐고, 경북도에서는 청문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서 “지자체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생산 차질 땐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피해

고로 1기 가동이 10일간 중단되면 철강사들은 최대 1조원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10일간의 조업정지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굳어버린 쇳물을 다시 떼어 내고 재가동 상태의 고로를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는 고로가동 중지시 발생할 수 있는 2가지 피해 시나리오를 내놨다. 10일 조업정지 후 3개월 후 고로가 복구되는 경우에는 1개 고로당 제품 감산량은 120만톤으로 제품 손실비용이 8800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여기에 더해 고로 재가동을 위한 정비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1조원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약 10일 조업정지 후 고로 복구가 불가능한 최악의 경우에는 재건설을 해야 되는데 29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따른 손실은 1107만톤 감산량으로 인한 제품 손실비용과 건설비용이 합쳐져 8조 6000억원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고로 조업 중단은 10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철강업체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철강산업의 특성을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도 최근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로 조업 중단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안 사장은 “고로 조업을 정지했다가 다시 가동하게 되면 상태가 더 나빠지는 상황이 온다”면서 “고로 조업 정지가 (대기환경오염)문제해결의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이어 “철강산업에서 고로의 불을 끈다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철강협회, 포스코와 함께 해외 사례를 참조해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블리더 개방, 전세계 제철소 적용…대안도 없는데”

업계는 블리더 개방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보다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리더에 환경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기술이 현재로서는 없고, 블리더 개방은 기본적으로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블리더 개방으로 인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 부연구위원은 “환경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고민해 봐야 하겠지만 실제로 블리더 개방으로 나오는 오염물질이 전체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대비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봐야 한다”면서 “블리더 개방을 이유로 고로 조업중단이 시작되면 철강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 정비로 인한 블리더 개방은 전 세계 제철소들이 100년 이상 적용해 오고 있는 안전 프로세스로 세계 유수의 철강사들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일반정비 절차”라면서 “세계철강협회(WSA)에서도 고로 블리더 개방은 일반적인 절차고, 개방 과정에서 배출되는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는 자동차나 조선 등 전방산업에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윤 부연구위원은 “(철강 생산 차질시)수입해서 쓸 수 있는 철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방산업에서 생산 초기부터 철강사와 의견을 나누는 자동차와 같은 업종도 있기에 품질 측면에서는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비상시에는 외부소싱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고로 조업정지가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는 실행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d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