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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쓰기 어려워서, 블로그 연재 위해"…글쓰기 수업 '북적북적'

CGV아트하우스 영화후기·에세이 쓰기 입문 '여름은 짧아 글을 써!'
"직장생활 중 글쓰기 중요성 깨달아"…수강생 대부분 20·30대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9-07-10 07:30 송고 | 2019-07-10 11:17 최종수정
이다혜 씨네21 기자(북 칼럼니스트)가 지난 9일 CGV 명동역점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후기·에세이 쓰기 입문 과정 '여름은 짧아 글을 써!' 에서 글쓰기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2019.07.09(CJ CGV 제공) © 뉴스1
이다혜 씨네21 기자(북 칼럼니스트)가 지난 9일 CGV 명동역점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후기·에세이 쓰기 입문 과정 '여름은 짧아 글을 써!' 에서 글쓰기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2019.07.09(CJ CGV 제공) © 뉴스1

"문장을 유려하게 쓰는 것보다 메시지(글쓴이의 생각 등)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의 도입부는 뒤의 내용이 궁금해져 독자가 계속 읽어 내려갈 만큼 재밌고 흥미로워야 합니다."

강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글쓰기 방법론을 제시하자, 수강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쿨럭, 쿨럭" 헛기침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강연이었다. 
20·30대 젊은층 수강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퇴근 후 이곳으로 '직행'한 정장 차림 직장인도 눈에 띄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이 불펜을 꾹꾹 눌러 강연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 영화관 CGV 명동역점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글쓰기 수업 현장이다. CGV아트하우스가 이달 1일부터 4주간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하는 영화 후기·에세이 쓰기 입문 과정 '여름은 짧아 글을 써! 여러분: 영화 리뷰에서 시작해 에세이로 연결 짓기' 강연장이다. 

◇'글쓰기'가 뭐기에…"정확한 표현 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강연자는 영화 전문잡지 씨네21 기자이자 북 칼럼니스트 이다혜씨.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교토의 밤 산책자' '아무튼, 스릴러' 등 다수의 저서를 쓴 그는 출판·영화 업계에서 소문난 '글쟁이'다. 

이다혜씨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하더라도 '글쓰기'를 배우려는 일반인의 열망은 예상을 웃돌 만큼 뜨거웠다. 강연 시작 30분 전부터 수강생이 몰리더니 약 60개 좌석이 모두 찼다. 영화 전공자보다 보고서 작성에 애를 먹는 직장인, 문학 장르인 '수필 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이 더 두드러졌다.

명동역 인근 무역회사에 재직 중인 장모씨(여·29)는 실용적인 글쓰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한 뒤 한번 죽 읽어보면 중언부언하거나 혼란을 줄 만한 표현이 다수 발견돼 고민이었다"며 "'글쓰기가 참 중요한 기술이구나' 깨닫고 있던 와중에 온라인 검색을 통해 우연히 이 수업을 알게 됐고 반가운 마음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영화후기·에세이 쓰기 입문 과정© 뉴스1
CGV아트하우스 영화후기·에세이 쓰기 입문 과정© 뉴스1

음악 전공자인 김세인씨(여·37·은평구 응암동)는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어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장엔 김씨처럼 '정확한 표현 쓰기'가 어렵다는 수강생이 적지 않았다.

김씨는 "혼자서 수필을 한번 써보려고 했는데 자꾸 헤매게 되고 어려움에 빠지기 일쑤였다"며 "이번 수업으로 실력이 향상되면 블로그를 통해 여행기 등 산문을 연재하고 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의 글을 모아 출간하려고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연자인 이다혜씨는 "책 읽기보다 영화 보기를 선호하는 게 요즘 문화 소비 트렌드"라며 "수강생들이 책읽기에 부담을 느껴 책서평 수업이 쉽지 않은 반면 '영화 보기'에는 다들 친숙함을 느끼고 있어 이번 강연에는 영화 후기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SNS 시대, '자기검열' 필요한 시대"

글쓰기는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만만치 않은 분야다. 주업으로 매일 글쓰기(기사 작성)를 하는 기자들은 "기사만 안 쓰면 기자는 참 좋은 직업"이라고 푸념하곤 한다. 대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조차 글쓰기에 대해 "타자기 앞에 앉아 피를 흘리는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할 정도였다.

글쟁이마다 좋은 글의 기준은 다르지만 최근 흐름상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자기검열'이 필요하다는 것. 서슬 퍼렇던 시절엔 자기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상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읽는 이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감정과 주장을 날것으로 표현한 글을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에 휩싸이는 유명인사의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케이스'가 아니다.

이다혜씨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진심이 느껴지는 건 아니다"며 "자기검열은 글의 사회적인 기능 발휘를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글쓰는 과정에서 덜어내거나 때론 에둘러 표현하는 자기검열을 해야 결국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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