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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정년 29세]채용:나이제한 없음(단 주민번호 기재 필)

취준생들 "30대 전후가 취업 연령 상한선"
"연령 블라인드 채용했더니 평균 연령 확 올라가"

(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2019-07-08 06:00 송고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나이에 따른 고용상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있다. 하지만 이력서에 나이를 쓰도록 허용하는 이상 채용 과정에서 연령 제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청년들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약 서른 살 전후가 취업 연령 상한선이라고 여겨진다. 
◇'블라인드 이력서법' 있으나 나이 기재는 허용

정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용모·키·체중·출신지역·혼인여부' 등을 이력서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서 '나이'를 이력서에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다뤄지지 않았다.
'나이에 따른 채용상 차별' 자체를 금지하는 법도 있다. 2009년 재정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불합리한 연령제한이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에 따르면 나이로 채용 점수를 매기는 등 나이에 따라 채용 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구인광고에 연령 기준을 기재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력서에 나이를 쓰는 관행은 계속돼 실질적으로 청년 채용의 나이 상한선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 채용에서는 나이 제한이 없는 반면 많은 민간기업들은 인터넷 이력서 접수에서 생년월일이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을 경우 제출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돼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 상 연령차별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보통 이력서에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쓸 수 있게 돼 있어 기업들이 연령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며 "채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 나름대로 연령을 정한다 해도 그 사실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아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37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93.1%가 '채용 시 지원자의 나이를 확인한다'고 답했고 그 중 65.9%가 '나이가 합격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업계 대부분에서 이력서에 나이를 적게 하고 어느 정도 연령 제한을 둔다"며 "모 기업에서 한번 실험적으로 연령 블라인드 채용을 한 적이 있는데 전년보다 평균연령이 확 올라갔다더라"고 전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나이에 따른 고용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들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암묵적 채용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2019.6.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2019.6.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문화적 한계 vs 법으로 돌파

'연령 블라인드' 제도가 정착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나이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풍토가 거론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해도 나이로 사람을 구별짓는 문화가 워낙 뿌리깊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투운동을 봐도 한국 사회는 기존의 문화가 빠르게 바뀌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변화라는 건 노력이 쌓이다가 부지불식간에 어떤 계기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라인드 제도와 고용자에게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 사이에 조화를 시킬 정교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그런 노력이 쌓여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이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기존의 일반 규정에 더해 블라인드 제도를 명시하고 처벌과 구속력을 강화하는 세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진 부소장은 "나이에 따른 차별을 규제하는 법령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있고 그 세부 규정을 정하는 건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며 "매년 기업들을 선정해 랜덤하게 모니터링하고 처벌조항을 더 강화하는 등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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