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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AG-AC 다 뛰고도 '역대급 시즌' 만드는 월드클래스 손흥민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4-18 11:57 송고
손흥민이 결정적인 순간 또 불을 뿜었다. 이제 확실히 레벨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 AFP=뉴스1

이쯤이면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이미 수년 전부터 아시아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최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높은 레벨이라는 평가를 듣기는 했으나 이번 시즌에는 또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 한국인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기분'의 문제는 아니다. 기록이 입증하고 있다. 또 다시 '역대급' 시즌을 경신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18일 오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 7분과 10분 잇따라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3-4로 패했으나 1차전 1-0 승리와 묶어 합산 스코어 4-4 동률을 이뤘고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4강에 진출했다.

각종 기록을 쏟아지게 만든 손흥민의 멀티골이었다. 손흥민 덕분에 토트넘은 지난 1961-62시즌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에서 준결승전에 오른 뒤 무려 57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손흥민도 챔스 4강은 처음이며 한국인으로는 박지성, 이영표에 이어 3번째다.

이 2골로 손흥민은 개인 통산 챔피언스리그 12번째 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이로써 우즈베키스탄의 전설인 막심 샤츠키흐(11골)를 넘어 이 대회 아시아인 최다골 신기록을 썼다.

시즌 전체 득점은 20골 고지에 올랐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12골을 비롯해 챔스 4골과 리그컵(3골), FA컵 1골로 20번이나 축포를 쏘아 올렸다. 2016-17시즌에 달성한 커리어 최다골(21골/리그 14골, 챔피언스리그 1골, FA컵 6골) 경신이 유력하다.

큰 경기와 찬스에 강하다는 면모도 이어갔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맨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시즌 4관왕을 노린다는 강호 맨시티와의 8강 2경기에서만 3골을 터뜨렸다. 특히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팀을 구해냈던 득점이라 가치가 더 빛났다. 시즌 전체적으로 살필 때, 과연 '평균작'이라도 가능할까 싶었던 시즌이라 지금의 페이스가 더 놀랍다.
강행군 속에서도 역대급 시즌을 만들고 있다. 토트넘의 올 시즌 운명은 손흥민에게 달렸다. © AFP=뉴스1

손흥민의 2018-19시즌은 '강행군'을 넘어 '살인적인 스케줄'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2018년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렸던 해다. 2017-18시즌이 끝난 뒤 손흥민은 곧바로 신태용호에 합류해 러시아 월드컵을 소화했다. 물론 이 일정은 어지간한 레벨의 선수라면 모두 경험하는 것이니 손흥민만의 특별함은 아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후 2번의 토너먼트를 더 소화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김학범호로 배를 갈아 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임했다. 조별리그 3차전부터 합류(8월14일)했다지만 마지막 결승전(9월2일)까지 치렀으니 꽤나 오래 소속팀을 비웠고 금메달을 획득해 심리적인 부담은 크게 줄었다지만 체력적인 소모가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실질적으로 손흥민은 복귀 후 한동안 적응에 애를 먹었다. 11월이 다 지날 때까지 손흥민은 기복이 큰 경기력을 보이면서 '올 시즌은 쉽지 않겠다'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25일 첼시전에서 환상적인 50m 드리블 후 득점으로 시즌 정규리그 마수걸이포를 터뜨린 이후 계속해서 골을 기록하면서 우려를 종식시켰다.

잘 나가던 때 또 한 번의 토너먼트 대회인 'UAE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올해 초 벤투호에 합류했을 때 토트넘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었다. 손흥민은 대회에서 이상하리만큼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고 때문에 이제 에너지가 다 소모된 것 아니냐는 걱정의 소리들이 다시 쏟아졌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손흥민은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 다시 힘을 되찾았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정규리그 4위 싸움(18일 현재 토트넘 3위)과 4강에 올라 우승까지 도전하는 챔스 레이스의 주역이 되고 있다.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득점을 터뜨리고 있다. 고비라고 여겨진 순간마다 손흥민의 발이 불을 뿜고 있다.

BBC는 맨시티전에서 손흥민의 2번째 골이 나왔을 때 "손흥민이 절묘한 마무리를 보였다. 그는 케인이 없을 때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흥미로운 멘트를 전했다. 더 이상 손흥민을 케인의 보조자라 여길 수 없다.

케인이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으니 올 시즌 토트넘의 운명은 손흥민에 달렸다 해도 과언 아니다. 손흥민이 자신의 역사를, 한국 축구의 역사를 계속해서 새로 쓰고 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