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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 "'노란리본' 만들며 다짐하죠…잊으면 안돼요"

참여연대 노란리본공작소 동참기…자원봉사자들 삼매경
수작업 해 전국으로…"과거 잊으면 참사 또 반복될 것"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9-04-16 05:30 송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있다. 2019.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있다. 2019.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참여연대 사무실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모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을 만들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일찍 도착한 사람은 이미 노란 에바폼(스티로폼의 일종)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게 자르고 있었다. 신문지가 깔린 책상 앞에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자도 역시 의자에 앉아 노란색 직사각형 모양의 에바폼을 한 뭉텅이 받았다. 어찌할 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자 옆에 있던 자원봉사자 김용춘씨가 "처음이세요? 그럼 일단 따라해보세요"라며 말을 걸었다. 다행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0.7㎝ 폭으로 길게 잘린 에바폼을 '단무지'라고 불렀다. 김씨의 지시대로 플라스틱 병 뚜껑에 강력접착체를 붓고 노란색 단무지를 꼬아 리본모양으로 만들어 한 손에 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접착제에 콕 찍은 후 리본의 접착면에 바른다. 손가락이 굵어서 그런지, 접착면을 너무 세게 눌러서 그런지 자꾸 접착제가 손에 묻는다.

좌충우돌 한 무더기의 리본을 만들어놓고 보니 정말 못생겼다. 같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도 들쑥날쑥이다. "처음에는 다 그래요"라는 옆 사람의 위로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 집중해서 만드니 리본 구멍의 크기가 점점 일정해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시계를 봤는데 벌써 한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만든 리본을 옆 자원봉사자에게 넘기면 가위로 끝을 자르고 고리를 단다. 사람들의 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리본 고리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있다. 2019.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있다. 2019.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016년부터 노란리본 제작…"단체신청도 많아"

이날 노란리본 제작은 오후 4~6시, 7~9시 등 두시간씩 진행됐다.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은 35명이다.

이미현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은 "이번주에 노란리본 신청이 많아서 그간 많이 도와주신 자원봉사자들을 위주로 지원 요청을 드렸다"며 "지금까지 총 12만개가량의 리본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의 노란리본 제작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유가족 천막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노란리본을 제작했는데 이를 확장해 참여연대 사무실에서도 만들게 됐다. 참여연대 노란리본 공작소는 2018년 5월까지 운영되다가 잠시 문을 닫았다. 그러다 최근 노란리본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들어 다시 리본을 만들고 있다.

이미현 팀장은 "교사나 회사원들이 추모의 뜻에서 주변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단체주문을 많이 한다"며 "자기가 운영하는 가게에 노란리본을 비치해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재료비나 자원활동가 간식, 배송비, 우편비 모두 다 시민들이 모아준 모금액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모두 고마운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한 유가족이 당시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2019.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한 유가족이 당시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2019.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리본은 추모의 표현…"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길"

자원봉사자들 중에 특히 눈에 띈 사람은 함께 온 모녀였다. 권주영양(14)은 "엄마가 리본을 만들어 보려고 여기 오자고 했을 때 가고싶다고 했다"며 "리본을 만들어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만든 리본이 사람들에게 많이 전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께 배웠다"며 "제가 만든 리본을 보면서 (이 리본이)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원봉사자들은 노란리본에 대해 '피해 학생들과 유가족에 대한 추모'를 강조했다.

함은세양(16)은 "세월호 뉴스가 나오면 이제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우리가 그 순간의 아픔을 잊는다면 나중에 (같은)일이 반복된다. 과거의 일을 잊었는데 현재를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모르는 분이 노란 리본을 한 저를 보면서 '시체팔이(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말)'라면서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 분들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 분들의 저에 대한 표현 방식은 존중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더 꿋꿋하게, 그날의 일을 더 오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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