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제2의인생]⑨아내 '결사반대'에도 창업한 이현수 날다 대표 "실패할 수 없었다"

[인터뷰]"음성인식 키오스크 시장선점, 유니콘기업 목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커, 대화하는 키오스크 꼭 성공시킬 것"

(군포=뉴스1) 김민석 기자 | 2019-03-27 07:00 송고
편집자주 청년실업 100만시대에 잘나가는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 치우는 30·4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도 '미친 짓'이란 주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한다. 엘리트 직장인들도 퇴사 후 창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더 미룰 수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억대' 연봉 조차 마다하고 사표를 쓰는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안내시스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안내시스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즘에도 많이 싸워요. 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냐고요. 그래서 전 꼭 성공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생이고 대학교도 들어갔는데 물러날 곳이 없거든요."

지난 20일 경기 군포산업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수 날다 대표(50) 표정과 말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날다는 인공지능(AI) 키오스크 개발업체로 지난해 1억2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창업 8개월만 성적이다. 날다가 날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한 셈이다.
◇18년 잘 다니던 직장, 아내 반대 무릅쓰고 퇴사 결심 까닭은 

그에겐 실패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아내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대기업에서 퇴사한 후 창업을 밀어붙여서다. 그는 1997년 한국통신(KT) 공채로 입사해 18년을 일했다. 2014년말 삼성티앤지로 이직해 서울시 자가통신망 PM으로 1년 정도 근무하다 그마저도 관뒀다. 당시 자녀들의 나이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 아내에게 얘길 할 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아내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고. 아내 입장에서 그는 IMF시기를 묵묵히 버텨 부장 자리에 앉은 듬직한 남편이었다. 새벽 2~3시까지 야근이 잦았지만 관리자로 올랐으니 안정적인 줄 알았다. 그랬던 남편이 요즘 같은 시대에 사업을 한다니…. 애들 학비도 이제부터 시작인데….  
"지금도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동안 집안일만 하던 아내가 화장품 회사에 나갑니다. 제가 예전보다 수입이 마뜩잖으니까 애들 학비를 벌어야한다면서요. 그래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전 이 아이템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해요."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결사반대하는 아내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20년 가까이 월급쟁이 생활을 했는데 한 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딱 3년만 기회를 달라고 강하게 밀어붙였죠. '자네 남편도 할 수 있어. 한 번 믿어봐'라고 말했습니다. 그걸로 설득이 됐냐고요? 글쎄요. 하하"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나이인 '지천명(知天命)'을 코앞에 앞두고 제2의 인생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을까. 이 대표는 KT MOS에서 센터장과 팀장 등 관리직을 맡았지만 더 이상의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꽤 오래전부터 창업이라는 제2의 인생을 염두에 뒀다고 그는 말했다.

"통신 기업에 다닌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던 중 버스정류장 안내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시다시피 단방향 서비스만 제공되죠. 이걸 인공지능 음성인식 시스템과 카메라를 접목해 쌍방향으로 소통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서울시 담당 공무원에게 얘길 하자 '제대로 구현만 된다면 박원순 서울 시장을 바로 대통령으로 만들 만한 굿아이디어'라는 극찬을 들었다고 했다. 즉각 '양방향 버스정보안내 단말기'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는 2017년 8월 등록됐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음성안내 기반 대중교통 경로 안내시스템' 특허는 출원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등록됐다.

이 대표는 "사실 1인 창조 기업으로 시작해 첫 사업 아이템은 생활아이디어 상품인 '이중용기'('짬짜면' 개념의 형태)였지만 여의치 않았다"면서 "그러던 중 일전에 출원해 놓은 특허가 나오고 때마침 안산청년창업사관학교에 기술경력직으로 합격하면서 AI음성안내 키오스크 소프트웨어 개발을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역경의 연속, 믿었던 동료들 떠날 때 고통스러워" 

이 대표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스타트업이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초도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음성인식 분야를 접목한 키오스크 제조사가 없어 직접 하드웨어 설계를 변경해 진행했다. 또 초기엔 네이버의 인공지능플랫폼 '클로바'와 협업을 진행했지만 외국어 인식률이 미치지 못해 구글 어시스턴스로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그는 특히 창업 당시 의기투합했던 대학 동기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을 때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청년사관학교 교수진들이 AI음성인식 키오스크는 현재의 통신환경에서는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 것이라며 사업아이템을 변경할 것을 조언했는데 이때 동료들이 흔들렸다.

"떠난 동료를 탓하진 않아요. 아이디어가 좋아도 성공을 담보하기 힘든 일을 계속하긴 힘들죠. 저희 소프트웨어 이름이 'ABI 메이커'에요. ABI가 Artificial broadcast Intelligence의 약자인데 인공지능과 영상이 접목됐다는 뜻입니다. 이름부터 어렵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인데 뜻을 함께할 동료를 찾아야하니,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죠."

현재 날다 직원 수는 이 대표와 장두하 영업이사, 정재훈 기술개발이사 등 3명이다. 이 대표는 대학동기들이 떠난 후 고등학교 동기들을 찾아 설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4명이었지만 기술개발담당 직원은 공무원 준비를 이유로 퇴사했다.

"개발비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그 외 인건비 부담이 커서 기술보증기금에 1억원 보증 요청을 했습니다. 보증요청 과정서 벤처기업의 승인요건에 충족한다는 점을 알게 돼 벤처기업 인증도 받게 됐죠."

이 대표는 배수진을 치고 달려온 만큼 역경을 만나도 물러설 수가 없다. 청년사관학교 교수들이 사업방향을 전환하라고 권유할 때도 2019년 5G 상용화에 맞춰 개발 중인 제품이라고 설득하며 뚝심으로 밀어붙였다고 했다. 하드웨어 키오스크 제조업체서 '음성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며 미완의 제품을 보내왔을 땐 동료들과 함께 각종 부품을 교체하면서 밤을 새웠다. 그러던 중 음성인식이 구동돼 다시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안내시스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음성인식 인공지능 안내시스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매출 목표 5년 내 300억, 더 나아가 '유니콘 기업' 목표" 

"목표는 크게 잡는 게 좋죠. 1년도 안 돼 1억원 매출을 달성했으니 올해엔 100대를 팔아 10억원, 내년엔 300대로 30억원, 2023년엔 2400대를 팔아 3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더 나아가 10년 내 유니콘 기업(1조 매출)이 되고 싶습니다."

이 대표의 포부는 컸다. 현재 전국에 걸쳐 설치된 버스정류장 키오스크는 지자체마다 표준이 다르다. 제대로 만든 ABI 메이커가 전국표준이 되면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날다의 고객층으로 △버스정류장 △편의점 △영화관 △식음료 프랜차이즈 △호텔 △백화점 △은행 △지하철 △공항 △영화관 △관공서△주유소 등을 꼽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6년 600억원대에 불과하던 시장이 10년 만에 4배 넘게 커졌다.

음성인식 키오스크 한 대 가격은 약 1000만원에서 1500만원, 그중 소프트웨어값만 800만원 상당이다. 이 대표는 향후 쌍방향 음성인식 대중교통 경로 안내시스템에서 더 나아가 스마트폰 연동 및 스마트리테일 키오스크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도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각 기업·기관의 입찰을 따내게 되면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 무인점포 추세에 발맞춰 음성인식을 통한 무인주문 및 티케팅시스템을 고도화해 신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대표는 현재 키오스크 소프트웨어 내 3D캐릭터를 반영하기 위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키오스크 화면에서 3D 캐릭터가 고객과 대화하는 신개념 소프트웨어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조만간 완성해 '2019 서울국제명전시회', 더 나아가 세계최대 IT전자 박람회인 '2019 CES 전시회'에도 참가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인공지능(AI) 음성안내 키오스크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날다'의 이현수 대표가 20일 오후 경기도 군포산업진흥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 대표는 '2019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화지원(창업성공패키지)'도 1차 합격한 상태다. 8기 졸업생 중 10% 정도에게 제품개발비를 최대 1억원까지 추가 지원하는 제도다. 아울러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주최하는 우수발명제품 우선구매 추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달청 벤처나라 등록도 시도 중이다. 2019년 1월 시험성적서 기준 제품명은 '대화형 음성(AI)안내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날다의 정체성을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잡았다. 음성인식 및 얼굴인식 시스템을 가다듬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하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스마트리테일 키오스크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 대표는 "길을 잃은 시각장애인과 치매 노인, 미아 등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보호자의 동의 하에 공공데이터에 사회적 약자들의 사진을 입력해 두면 키오스크가 얼굴을 인식해 보호자와 경찰서에 바로 연락을 하는 시스템을 구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날다의 첫 시제품은 안산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대표는 많은 어려움을 딛고 창업사관학교에 납품한 만큼 납품이 결정된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로 지금은 구글 엔진을 쓰지만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적지 않은 나이로 청년사관학교에 입교했지만,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과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청년사관학교 9기 후배 입교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지 물었다.

"주변의 반대가 클수록 성공할 확률도 높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로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조언자, 동료들과의 의견 불일치를 포함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해나가는 것. 아이템 방향을 수정하고 발전시켜나간다면 성공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deaed@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