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피내사자' 김학의 긴급출국금지…법조계선 "적법성 우려"

피의자 전제 규정…현장서 내사사건 접수 후 요청
"합목적성·공익성 고려" vs "문제 많은 위법 조치"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2019-03-24 08:00 송고
대검찰청. 2017.7.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대검찰청. 2017.7.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법무부와 검찰이 최근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특수강간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해외 출국 직전 이를 차단한 것을 두고 적법절차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조치였지만, 법적 절차면에선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밤 태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항공기 탑승을 대기하고 있었다. 이를 인지한 검찰이 김 전 차관을 피내사자로 전환하고 법무부가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김 전 차관의 태국 행(行)은 결국 무산됐다.

김 전 차관 측은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려던 것이고, 내달 4일 돌아오는 왕복 티켓을 끊었다며 도주 우려를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긴급출국금지를 현장에서 피내사자 신분이 된 김 전 차관에게 적용한 것은 절차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조치는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소속 검사가 원 소속청인 서울동부지검에 내사사건으로 접수하면서 이뤄졌다.

일반적인 출국금지의 경우 참고인도 법무부 장관의 사전 허가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긴급출국금지'는 피의자를 전제로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요청하도록 돼 있다.

실제 출입국관리법상 긴급출국금지는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이 출국심사를 하는 출입국관리 공무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가 알려진 당시 그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개시된 상황도 아니었던 데다, 현장에서 내사사건 등록이 이뤄졌어도 신분 자체가 피의자가 아닌 피내사자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법무부 측은 "피내사자도 피의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출입국관리법은 물론 '검찰사건사무규칙'상 피의자 및 내사 관련 규정에도 피내사자를 포괄적으로 피의자에 준해 판단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법무부 상징. © News1
법무부 상징. © News1

법조계 내에선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사안의 중대성이 크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어느정도 합목적성을 띠고 있다는 의견과 인권보장을 고려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A변호사는 "기본권인 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출국금지는 행정처분의 일종으로 공익점 관점도 고려할 수 있다"며 "선례가 드물어 여러 판단이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약 그가 출국했다면 국민들이 국가기관을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출신 B변호사는 "피내사자와 피의자는 엄격히 구별되는 것"이라며 "피내사자에 대해 피의자와 같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하는 등 인권에 유리한 개념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면 몰라도, 피내사자도 피의자라는 식으로 불리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C변호사도 "실무적 입장에서 피내사자와 피의자 개념이 애매한 면이 있더라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은 위법한 긴급출국금지"라면서 "특히 김 전 차관은 두 번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새로운 증거 확보 등 사정변경이 없는 상황이라면 범죄의 상당성이 입증되지 않아 앞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라고 봤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강원 원주시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이미 경찰·검찰 수사를 두 차례 거쳤다. 2013년과 2014년 두번의 수사에서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및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피의자 입건은 행정적 절차일 뿐 혐의의 상당성과 긴급을 요하는 상황인지가 판단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측은 "어느정도 혐의를 받고 있는지가 중요한 법적 개념"이라며 "행정절차상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실무상 실질적 피의자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상조사단의 파견검사 신분으로 서울동부지검에 내사사건을 접수하며 수사권을 발동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원 소속청에 개인 자격으로 내사 등을 거쳐 인지수사로 입건할 수 있다면 조사단의 다른 과거사 사건들 또한 별도의 수사권고·의뢰 절차 없이 강제수사권을 발동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무부 등에 파견된 검사의 경우 파견근무 기간동안 수사권이 박탈돼 개인적으로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 검찰 측은 이번 조사단은 겸임 발령의 형태로 파견이 된 것이기에 원칙적으로는 원청 소속 검사로서의 수사권 행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B변호사는 "통상 검사가 파견명령을 받고 나갈 경우 수사·기소권이 제한되는데 진상조사단의 경우 감찰 차원으로 조사권만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논리라면 조사단에서 서울동부지검 검사자격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C변호사 역시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 일관성있는 법적절차를 가장 중요히 여기고 인권을 보장해야 할 기관"이라면서 "조사단 검사가 내사로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인데, 출국금지 요청은 양식 한 장만 써도 바로 처리되는 간단한 절차로 수사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이미 조치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mainta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