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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한국 이끄는 선수가"…꿈을 품고 잘 자란 이강인의 도전

2017년 5월 U-18팀에 호출됐던 이강인 2년 만에 A팀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3-20 09:40 송고
지난 2017년 5월 16세 나이로 처음 파주NFC에 들어왔던 이강인이 2년 만에 A대표팀에 발탁됐다. © 뉴스1
지난 2017년 5월 16세 나이로 처음 파주NFC에 들어왔던 이강인이 2년 만에 A대표팀에 발탁됐다. © 뉴스1

2017년 5월2일. 파주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제법 많은 미디어가 자리했다. A대표팀의 소집기간이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 그것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U-23대표팀이 아니라 U-18대표팀이 모인 때라 더 의외였다.

적잖은 카메라의 시선은 아직은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도 더 앳된 얼굴을 집중 조명했다. 당시 16세에 불과했던, 발렌시아 후베닐B 소속의 이강인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었다.
유소년 시절 축구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유명세를 치르다 실제 프로선수로 성장, 스페인에서도 이름값 높은 클럽 발렌시아의 유스팀에서 뛰며 화제를 일으켰던 이강인이 처음으로 연령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때다.

소집 연령보다 어린 나이지만 당시 U-18대표팀을 이끌던 정정용 감독(현 U-20대표팀 감독)은 "이쯤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영상을 통해 이미 강인이가 좋은 자질을 지닌 선수라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상을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기대가 크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만난 이강인은 "한국에 와서 좋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러 온 것이라 더 좋다.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랑 함께 훈련하는 것이니 많이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겸손한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어진 대답들은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강인은 "세상에서 최고로 축구 잘한다는 나라에서 축구를 배우고 있어서 기쁘다. 잘 배우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 나를 보고 '천재'라고 칭찬해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넉살을 부렸다. 이어 훗날 꿈을 묻는 질문에 "나도 한국인이다. 스페인에서 열심히 축구를 배워서 훗날 형들과 같이 우리나라를 잘 이끌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그로부터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2019년 3월19일, 엄청난 숫자의 카메라가 파주NFC에 모였다. 오는 22일 볼리비아(울산 문수구장), 26일 콜롬비아(서울월드컵경기장)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벤투호의 첫 소집일이었다. A대표팀이 모이는 파주에 미디어가 향하는 것은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하지만 평소보다도 많았다. 월드컵 시즌도 아닌데, 아시안컵도 끝났는데 이례적이었다.

그들의 눈이 향한 이가 손흥민이나 이청용이 아닌 A팀 새내기라 더 흥미로웠다. 그 주인공은 이제 18세가 된 이강인이었다. 2년 전에도 월반을 했던 이강인이 어느새 A팀 일원이 됐다. 명단 발표일 기준 18세20일의 나이로 생애 첫 A팀 발탁의 영예를 맛보게 됐는데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역대 7번째 최연소다. 고맙게도 지난 2년 간 잘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이강인은 "(대표팀에 뽑히는 것을)기대도 못하고 있었다. 좋은 자리에 올 수 있어 감사하다. 좋은 형들과 같은 팀에서 축구를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많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겸손한 첫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는 이내 "부담스럽기 보다는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당찬 소감을 이었다.

16세 때 "훗날 우리나라를 이끌 것"이라 말했던 소년이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소집훈련에서 경쟁을 이겨낸다면, 그래서 다가올 2연전에서 출전기회를 잡는다면 역대 3번째 어린 나이에 A매치에 출전하는 또다른 이정표를 세운다.

지금껏 가장 빨리 A매치에 출전했던 한국 선수는 김판근으로 17세 241일(1983년 11월1일 LA올림픽 아시아 1차 예선 vs 태국)에 데뷔전을 소화했다. 이어 김봉수가 18세 7일(1988년 12월 11일 아시안컵 vs 이란)의 나이로 A매치 무대에 섰다. 만약 이강인이 볼리비아전이나 콜롬비아전에 나선다면 이승희 18세 76일(1983년 11월 1일 LA올림픽 아시아 1차 예선 vs 태국)을 제치고 역대 3위에 오를 수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라는 큰 나무가 이제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공간에 이강인이라는 새싹이 자라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은 흘러야 건강하다. 꿈을 품고 잘 자란 이강인의 신나는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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